가을 맞이한 청와대 본관 전경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 및 동선 보안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사후보도로 나갔어야 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DMZ 순시가 사전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날씨로 인해 일정이 취소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경호상 문제가 될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비슷한 일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 때도 발생했다. 당초 청와대는 ‘엠바고’를 전제로 기자들을 상대로 사전 브리핑을 진행했다. 그런데 한 야구전문 사이트 게시판에 청와대 관계자발 브리핑 발언이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올라가면서 대통령 시구계획이 대중에 사전에 공개되는 일이 벌어졌었다.

대통령의 일정 및 동선은 경호상의 이유로 엄격히 제한된다. 사전 예고가 되더라도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는 보안사항으로 비밀에 붙여진다. 다만 출입기자에 한해 ‘엠바고’와 함께 비교적 상세한 브리핑이 진행되는데, 이는 보도준비와 편의를 위해서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의 사전브리핑 내용을 기반으로 편성이나 지면배치 계획이 이뤄진다.

문제는 ‘사전브리핑’ 내용이 카톡 등을 통해 빠르게 유포되면서 사실상 보도가 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사전브리핑 내용은 취재기자의 노트북을 통해 전자문서화 되고 카톡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된다. 이 과정에서 전달이 용이해진 형태로 변화, 유출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시구’와 같이 대중적 관심을 끌만한 사안일 경우 퍼지는 속도는 상상불허다.

그렇다고 이를 전면적으로 제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신속한 보고와 정확한 보도는 언론의 의무이며 이를 위한 준비는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청와대 입장에서도 대통령 관련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는 도움이 되며, 국민의 알권리와도 직결된다. ‘사전브리핑’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청와대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보안사항이 유출되지 않도록 자발적으로 주의해 달라는 것.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한 등 외교적 사안에서는 특히 더 강조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확한 취재와 보고는 기자로서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기사 엠바고는 잘 지켜지는 편이지만, 카카오톡으로 다 퍼지면 그게 기사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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