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 우원조 
▲17대 국회의원 비서관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 보좌관 ▲부산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너, 나 감당할 수 있겄냐”

영화 <신세계>에서 폭력조직 골드문의 계파보스 정청(황정민 분)이 같은 계파 동생 이자성(이정재 분)에게 한 명대사이다. 정청은, 동생 이자성이 경찰임을 알게 되었음에도 죽어가면서까지 이렇게 마지막 경고의 말을 던졌다.

영화 <신세계>는 ‘의리’와 ‘임무’를 그리면서도 그 사이에 도사리고 있는 ‘음모’를 그리고 있다.

장면을 바꿔, 자유한국당 내에서 지금, ‘조폭영화를 뺨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청원 의원이 제기한 ‘성완종 리스트 수사 녹취록’ 논란에 홍준표 대표가 서청원 의원을 향해 “정치 더럽게 배워 낮은 수의 협박이나 한다.”, “깜냥도 안 되면서 덤벼”라고 말하며 8선 현역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에 이어 탈당을 요청받은 서청원 대표가 “천박한 홍준표, 당 지도할 자격 없다”, “‘청산대상’ 구태정치인 홍준표를 당에 놔두고 떠날 수는 없다.”며 홍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대한민국 제1보수정당의 대표와 8선 관록의 의원이 서로를 향해 조폭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너, 나 감당할 수 있겄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조폭영화에서 보여지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정치1번지 여의도에 진짜 있어야 할 ‘정치’와 ‘보수정당의 가치’는 없고, ‘천박한 협박’과 자신들의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공학’만이 있을 뿐이다.

홍준표 대표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당내 친박을 전부 정리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강력한 정적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을 그대로 놔둘 순 없는 입장이다. 더불어 두 의원을 정리하면 자신의 우군이 될 가능성이 큰 ‘바른정당 통합파’를 흡수할 명분도 되고, 다수의 친박들도 자신 앞에서 숨을 죽일 것이니 ‘꿩먹고 알먹고’가 되는 셈이다.

서청원 의원의 속내는 아주 절박하다. 자신의 말대로 성완종 리스트로 날아갈 홍 대표를 친박 중심의 대선을 치르기 위해 바지사장으로 세웠는데, 홍 대표가 당을 꿰차려고 하니, 서청원 의원 입장에서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인 격이다. 그러니 끝까지 세게 부딪쳐 이 고비를 넘기고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친박을 규합해 홍 대표를 정리하고 싶은 것이다.

양쪽 다 서로 감당할 수 없는 싸움을 시작했는데, 정작 가장 무서워해야할 국민은 안중에 없다.

지금 국민들은, 보수정당이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진정한 보수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에 한 축을 담당하는 보수정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보수를 잘못 이끌어 온 보수의 맏형들이 퇴장하는 것이 답이다. 그들의 용퇴를 통해 보수의 썩은 뿌리를 잘라내고 새로운 보수정당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 보수정당은 준엄한 국민의 목소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신세계>에서, 조직의 세력 싸움에 밀린 이중구가 이자성이 보낸 부하들에게 죽기 직전에 했던 대사가 생각난다.

“거 죽기 딱 좋은 날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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