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LG상사 지배구조 문제 해결에 나섰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배구조 문제에서 한 발 앞선 행보를 이어왔던 LG그룹이 ‘김상조의 모범생’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주)LG는 지난 9일 구본준 LG 부회장과 친인척이 보유 중인 LG상사 주식 950여만 주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구본준 부회장은 LG상사의 최대주주였으며, 이번 거래를 통해 (주)LG는 LG상사 지분 24.69%를 보유하게 된다.

LG상사는 그동안 LG그룹 다른 계열사와 달리 지주회사가 아닌 오너일가 지배 아래 있었다. 이번 조치를 통해 모든 계열사를 지주회사 지배 아래 두게 된 것이다. (주)LG 측은 “바람직한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향해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오해 또는 의혹을 일말의 여지없이 지워버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감 몰아주기 및 규제 회피 등 각종 편법 행위의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상당수 기업들이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도 일부 계열사를 오너일가 직접 지배하에 둔 채 각종 편법 행위를 일삼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타이밍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5대그룹과 두 번째 간담회를 가진 뒤 일주일 만에 LG그룹은 의미 있는 결단을 내렸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3일 열린 간담회에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은 바 있다. 기업들의 소극적인 행보를 질책하며 변화의 의지를 더욱 뚜렷하고 속도감 있게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이후 다른 그룹들은 아직 잠잠한 반면, LG그룹은 가장 빠르고 선명하게 조치를 취했다. 김상조 위원장 입장에서는 LG그룹이 모범생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김상조 위원장은 앞서도 LG그룹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취임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배구조 차원에서 가장 모범적인 곳은 LG그룹”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국내 재벌그룹 중 가장 먼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점, 총수 일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거의 없었던 점 등을 높이 샀다.

실제 LG그룹은 주요 재벌그룹 중 가장 군더더기 없는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그룹의 경우 향후 승계의 대상인 오너일가가 별도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고, 이 계열사가 일감 몰아주기 또는 우회승계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적지 않다. 하지만 LG그룹의 경우 지주회사를 중심의 지배구조 정리가 이뤄져있는 상태다. 특히 이번에 LG상사까지 지배구조 안에 편입시키면서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게 됐다.

이처럼 일찌감치 바람직한 길을 선택한 LG그룹의 행보는 승계 과정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삼성그룹과 비교된다. 또한 지배구조 및 승계 문제 해결이 숙제로 남아 있는 다른 그룹에 비해 훨씬 앞서가는 모습이다.

재계관계자는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LG그룹이 잘 보여주고 있다”며 “다른 그룹들이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고민이 깊을 때, LG그룹은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이미지 메이킹 효과도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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