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주주총회를 앞두고 노사 간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KB금융 노조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노사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사측은 최근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회사가 노동조합의 사외이사 추천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한숨을 돌린 모양새지만, 노조의 공세가 만만치 않았다는 점에서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안 통과 여부 ‘관심 고조’

KB금융지주의 임시주총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0일 열리는 주총에는 총 4개의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재선임안과 허인 국민은행장 내정자의 기타 비상무이사 선임안, 그리고 노조 측의 주주제안 안건 2건이다.

이 가운데 최근 관심이 집중된 사안은 ‘노조 상정 안건’이다. KB노동조합협의회(이하 KB노조)는 최근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과 이사회 내 모든 위원회에서 지주 회장을 배제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이를 위해 우리사주 등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 0.22%를 위임받았다.

노조 측은 이를 통해 지주 회장의 제왕적 권한에 대한 견제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간 노조는 회장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그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을 선임하는 구조 때문에 ‘회전문 인사’가 가능하다고 지적해왔다. 윤종규 회장의 재선임을 두고 ‘셀프 연임’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움직임이 사측으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 직접적인 반대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사외이사 추천은 물론, 계열사 CEO 인사권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게 경영활동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사측은 최근 지원군을 만났다. 세계 최대의 의결권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KB노조 측 주주제안 안건에 모두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ISS 측은 “하승수 변호사의 과거 정치 경력,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이 금융지주사의 이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고 기존 이사회에 법률 전문가가 있어 전문성이 중복된다”며 “계열사에 대한 대표이사의 영향력을 약화하는 것이 주주가치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국내 의결권 자문기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마찬가지로 해당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 ISS, 노조 경영 개입 반대 의견… 부결돼도 갈등 계속될 듯 

ISS는 세계 의결권 자문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자문사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은 외국인 지분 비중이 70%에 달하는 만큼 ISS의 이번 입장이 의결권 행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결과는 속단하기는 어렵다. KB금융 노조는 막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일 박홍배 국민은행노조 위원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노동이사제 필요성’을 힘주어 주장했다. 이날 박 위원장은 현 금융지주 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임직원들이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로서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부합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박홍배 국민은행노조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노동이사제 필요성’을 주장했다.  <KB국민은행지부 제공>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이학영·이용득 의원 및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정의연대 공동 주최로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이학영 의원과 이용득 의원 등은 ‘노동이사제 도입’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발언했다.

업계에선 이번 주총에서 노조의 안건이 통과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노동이사제’를 둘러싼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점에 힘입어 노조의 추진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다음해부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이같은 제도가 도입되면 민간기업에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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