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르 기자] 유통업계의 ‘대목’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명절이나 연말, 크리스마스 등이 유통업계 대표적인 ‘성수기’로 꼽혔지만, 최근엔 ‘데이마케팅’과 같은 이벤트가 매출에 크게 기여하며 새로운 대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특히 올해는 ‘11월 11일’이 업계 깜짝 매출을 기록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빼빼로데이’로 잘 알려진 11월 11일은 사실 롯데제과 입장에서 창립기념일만큼이나 의미깊고 중요한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연간 빼빼로 매출의 절반이 이날 하루동안 이뤄지는데다, 빼빼로데이가 있는 11월 매출이 롯데제과 1년 매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실제 빼빼로데이 20주년이었던 지난해 11월 빼빼로 매출액은 약 600억원 가량으로 한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 것으로 조사됐다.

‘빼빼로데이’는 1990년대 중반 영남의 여중고생들이 11월 11일에 ‘키 크고 날씬해지자’라는 의미로 서로 간에 빼빼로를 주고받은 것이 그 시작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정확치는 않다. 이후 롯데제과는 이를 마케팅에 활용했고, 이제는 친한 지인이나 연인들끼리 빼빼로를 나누며 우정과 애정을 전하는 날로 자리를 잡았다. 한때 제과업체의 상술이라는 비판이 거세기도 했지만, 이제는 화이트데이나 밸런타인데이만큼 거부감이 없는 ‘데이’로 안착했다.

빼빼로데이가 있는 11월 매출이 롯데제과 1년 매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제과 입장에선 1년중 최대 대목인 셈이다. 사진은 대형마트에서 빼빼로를 고르고 있는 소비자들의 모습. <뉴시스>

빼빼로데이 특수를 누리는 것은 롯데제과뿐만이 아니다. 빼빼로데이의 인기에 힘입어 매출 신장을 노리는 제과업체와 유통업체가 적지 않다. 매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가 다가오면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가에서는 단 하루의 대목을 잡기 위해 판촉 경쟁을 벌인다. 영화관이나 놀이동산 등에서도 빼빼로데이를 이용한 이벤트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빼빼로데이로 인한 낙수효과가 적지 않은 셈이다.

한국에선 ‘빼빼로데이’로 잘 알려진 이날은, 중국에서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가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올해 광군제의 경우, 일일 판매액이 28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광군제 행사가 진행된 11월 11일 하루 매출액이 1,682억 위안(한화 28조3,07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07억 위안보다 39.3% 늘어난 규모다.

특히 이번 광군제 행사에서 한국은 총거래액 기준 대비 해외 수입상품 판매 순위에서 5위를 차지했다. 이랜드가 국내 기업으로서는 3년 연속 부동의 매출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랜드그룹의 중국 법인 이랜드차이나는 광군제 하루 동안 온라인 쇼핑몰 티몰(天猫)에서 4억5,600만 위엔(한화 약 7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달성했던 일 매출 3억2,900만 위엔(한화 약 563억원)보다 39% 증가한 수치다.

올해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 외에도 SK플래닛 11번가가 ‘십일절 페스티벌’을 진행하며 흥행에 불을 지폈다. SK플래닛에 따르면 11번가는 11일 하루동안 사상 최대 일 거래액 64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 외에도 SK플래닛 11번가가 ‘십일절 페스티벌’을 진행하며 흥행에 불을 지폈다. 지난 2008년부터 매년 11월을 ‘11번가의 달’로 정하고 프로모션을 이어오고 있는 11번가는 올해 처음으로 온라인을 넘어서 전국적인 대규모 행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SK플래닛에 따르면 11번가는 11일 하루동안 사상 최대 일 거래액 64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11일 하루에만 1분당 4,400만원씩 거래된 셈으로, 지난해 같은 날보다 37% 증가한 성과다. 특히 11일 오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70억원이 거래돼 1분당 1억2,000만원씩 판매됐다.

또한 11번가가 ‘십일절 페스티벌’을 시작한 11월 1일부터 11일까지 11일간 거래액이 4,400억원에 육박하며 전년 동기 대비 27% 뛰어올랐다. 11번가가 론칭한 2008년 1년 거래액(4,200억원)을 11일 만에 뛰어넘은 셈이다.

11월 11일 빼빼로데이가 다가오면 빼빼로를 생산하는 롯데제과 뿐만 아니라, 편의점 제과업계 외식업계 등 다양한 유통업체들이 관련 상품을 내놓고 이벤트를 벌이는 등 특수를 노리기 위한 판촉활동을 쏟아낸다. 사진은 편의점 앞에 마련된 '빼빼로데이' 이벤트 매대. <뉴시스>

올해 ‘십일절 페스티벌’의 돌풍은 11번가가 온라인 플랫폼을 벗어나 오프라인 매장으로 직접 나가 주요 브랜드사와 협업한 ‘O2O 프로모션’의 시너지 효과가 적중한 결과다. 11번가는 주요 백화점을 비롯해 편의점, 외식업체 등 국내 15개 브랜드사의 전국 3만여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십일절’을 홍보하고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등 협업 마케팅을 통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며 유통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SK플래닛 장진혁 11번가사업부문장은 “올해 11월 11일은 평일보다 거래액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토요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내년 11월 11일에는 하루 거래액이 1,000억원도 거뜬히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십일절’ 일 거래액은 사실상 국내 유통업계 역대 최고 기록으로 추산되며, 이 같은 추세라면 11번가는 온라인쇼핑몰로는 처음으로 11월 한 달간 거래액이 1조원을 훌쩍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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