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앞에서 동상 기증식이 열렸다. 서울시 심의 전이라 제막식까진 하지 못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1년 전,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서울 광화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 설치에 대한 추진 계획을 밝혔다.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이었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민심이 흉흉했지만 “동상 하나 떳떳하게 세우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초대 총리를 지낸 그는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회 추진위원장까지 맡으며 보수의 새 얼굴로 등장했다. 하지만 13일 서울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앞에서 열린 동상 기증식에선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 서울엔 동상 설치, 구미엔 유물전시관 건립 ‘찬반 대립’

기증식엔 소란이 끊이질 않았다. 동상 건립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린 탓에 경찰 경력 80여명이 투입됐다. 동상 설치가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예고가 분명했다. 앞서 기념사업회가 계획했던 광화문 광장 동상 설치는 불가능했다.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물론 서울시의회의 조례 변경 등으로 원천 차단됐다. 방향을 틀은 곳이 바로 기념도서관 앞이다. 동상을 제작한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게 기증 증서를 전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 하루 전날이다.

문제는 기념도서관의 부지가 시유지라는 점이다. 동상 설치를 위해선 관련 조례에 따라 서울시 동상·기념비·조형물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한다. 아직 재단 측은 서울시에 심의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증 증서만 전달받은 이유다. 향후 법적 절차를 밟아 동상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습적으로 동상을 설치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의심을 일축한 셈이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찬반 여론이 팽팽한 만큼 서울시의 승인 결정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구미시 생가에서 열린 탄생 99주년 숭모제는 예년과 변함없이 열렸다. 올해 탄생 100주년에는 200억원대의 유물전시관 기공식을 함께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동상만이 아니다. 착공 예정에 있는 박정희 유물전시관이 지역 사회의 갈등을 불러왔다. 유물전시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시 상모동에 조성되는 새마을운동테마공원에 포함된 사업으로 알려졌다. 예산만 200억원대다. 때문에 혈세 낭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테마공원이 조성되면 연간 75억원의 운영비가 소요돼 구미시 재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구미시는 사업 추진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경북도와 구미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각각 2억3,500만원과 10억1,500만원을 냈다. 재단에서도 8,000만원을 부담했다. 이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동산’과 휘호·탁본집을 만들었다. ▲뮤지컬 ‘독일아리랑’·연극 ‘박정희, 박정희’ 공연 ▲‘박정희를 말하다’ 초청 강연 ▲‘박정희 대통령 학교 가는 길’ 걷기 행사 ▲100돌 기념 전야제·숭모제·기념식 개최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유물전시관)’ 기공식 ▲‘박정희 대통령 흔적 찾아 구미투어’ 등을 마련했다.

앞서 찬반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기념우표 발행은 취소됐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해 5월 우표발행심의위에서 기념우표 발행을 결정했으나, 발행 예정일 두달을 앞두고 이를 취소했다. 이에 반발한 구미시와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는 발행결정철회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국대학생포럼은 2억원을 모금해 자체 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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