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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 3P 전략
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 정상회담장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 협력비전 ‘미래공동체 구상’이 발표됐다. 500여명의 아세안 각국 기업인들이 참석한 아세안 기업투자서밋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아세안과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국 수준으로 높이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아세안 기업투자서밋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동남아 순방에 청와대가 특별히 준비했던 행사 중 하나다.

미래공동체 비전의 구체적인 키워드로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평화(Peace)를 제시했다. ‘3P’ 비전으로도 불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다’라는 정치 철학이 아세안이 추구하는 ‘사람지향, 사람중심’ 공동체 비전과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 양국 국민들이 직접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한-아세안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 강대국들의 영향력 확대 원치 않는 아세안

남중국해 분쟁 관련국가들과 군사력 비교 <뉴시스>

일견 긍정적인 단어를 나열한 외교적 수사로 보일 수 있지만, 정교한 틈새시장 공략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순 경제효과만 강조한 것이 아닌, 인적·문화적 교류를 통한 신뢰형성을 기초로 공동번영을 제시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 권역 내 중국 혹은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원치 않는 이들의 입장에서 가장 구미에 당기는 제안이라는 얘기다.

1967년 창설된 아세안은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캄보니아, 인도네시아, 싱가폴 등 10여개 국가가 가입돼 있는 국제기구다. 총 인구 6억4,000만명에 GDP 2조5,000 달러에 이르는 거대시장이면서도 평균연령이 28세에 불과한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다. “제2의 중국”이라고도 불린다. 이미 중국은 가능성을 보고 일대일로 구상 등을 통해 이 지역 진출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그 결과로 현재 아세안에 경제적 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는 교역규모 2,10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이다.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과의 교역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기계 및 장치 수입과 투자부문에 국한됐다. “소비재의 대부분은 중국산이 지배하고 있다”는 게 현지 소식통의 전언이다.

다만 아세안의 입장에서 중국을 포함해 강대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중국해 분쟁이다. 아세안 한 가운데 위치한 남중국해는 전 세계 해양물류의 25%, 원유수송량의 70% 이상이 지나다니는 통로다. 원유와 천연가스의 매장량도 풍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대한 이권이 걸려있는 만큼, 분쟁도 많았는데 특히 중국은 이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베트남·필리핀과 충돌이 빈번했다. 중국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 곱지 않은 이유다.

◇ 인적·문화적 교류로 아세안 틈새시장 공략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확대 규탄하는 베트남 국민들 <뉴시스>

‘사람중심의 평화와 번영’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3P 전략은 이 대목에서 유효하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주변 4강에서 벗어나 외교적 지평을 넓히는 한편, 중국·미국의 교역의존도를 다변화할 대상으로 아세안을 보고 있다. 중국 등 강대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경제적 번영을 노리는 아세안과 우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점이다.

동시에 아세안과의 동질감을 강조, 일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도 있다. 아세안 국가의 대부분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제국주의 시절 외세의 식민지를 경험했고 일부국가는 일본의 강제점령을 당하기도 했다. 같은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협력의 파트너로 가장 적절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한국과 아세안은 비슷한 역사적 경험이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연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이와 관련 “역대 정부는 아세안의 전략적 중요성을 간과했고, 중장기 정책이 부족했으며, 중·일과 차별화된 접근이 없었다”며 “문재인 정부는 ‘3P 전략’을 통해 차별화된 접근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물론 넘어야할 과제도 많다. 아세안의 중요성에 대해 아직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아세안 개별국가 사이에서도 정치적·경제적 차이가 커 기업들의 진출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한 관계자는 “바로 옆 나라와도 정치체제, 법, 투자여건, 시장상황 등이 차이를 보인다”며 현 시점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계성 기자  under74@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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