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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화되는 인도·태평양 구상… 중국은 ‘심기불편’, 한국은 ‘애매’
트럼프 대통령과 포옹하는 모디 총리.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동아시아의 세력균형을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지지를 받는 ‘인도·태평양’ 프레임은 중국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었던 기존 아시아 경제지도의 무게중심을 아래쪽으로 끌어내리려 시도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3일 양자회담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미국의 선임외교관들도 같은 날 회동을 갖고 인도·태평양 구상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 압박하는 ‘인도양과 태평양의 만남’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개념을 처음 제시한 것은 일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07년 인도 의회에서 ‘두 대양의 합일’을 주제로 연설한 것이 시초다. 태평양 국가와 인도양 국가의 평화는 상호불가분하며,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국가이자 해양국인 일본이 양자교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이 인도에 내민 손길은 수년 전부터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하며 ‘전략적 다이아몬드’로 발전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2013년 발간한 국가방위백서에 인도·태평양 전략을 명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 내내 ‘아시아’나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전통적 표현 대신 ‘인도·태평양’을 고집했다. “미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해 동맹국들과 함께해나갈 것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동·남아시아를 공략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선택했는지 잘 드러낸다.

미국이 인도를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부각시킨 데는 아시아에서 경제적·군사적 영향력을 확장시키고 있는 중국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일대일로 프로젝트 등을 통해 동아시아의 구심점 역할을 맡으러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는 13일(현지시각) 기사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가 “인도·태평양 구상은 미국과 인도를 지지해주는 일종의 책받침이 되어줄 것이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인도가 남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할 완충제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패권다툼을 벌여온 중국 대신 미국·일본과 경제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인도에게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모디 총리는 ‘모디노믹스’라는 이름이 붙은 외국인투자 유치정책을 통해 인프라 확충과 제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인도를 찾은 아베 총리는 1,900억엔 규모의 차관을 제공했으며, 모디 총리는 직접 공항까지 나가 아베 총리를 맞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반면 인도가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렬한 기억은 지난 여름 히말라야 국경지대에서 무장한 중국군과 인도군이 대치했던 사건이다.

◇ 미·일·인도와 중국 사이, 깊어지는 한국의 고민

미국·일본과 인도는 경제협력뿐 아니라 군사공조도 강화해나가고 있다. 3국은 지난 7월 인도의 항구도시 첸나이 인근에서 항공모함 두 척이 동원된 대규모 공동해상훈련을 실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찾았던 이번 달 3~6일에도 동해 인근에서 공동훈련을 진행했다.

중국은 겉으로는 관망자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을 배제한 아시아협력구도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APEC 정상회담 후 중국 외교부의 장 쥔 국제경제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회의는 ‘아시아·태평양’에 대한 모임이었으며, 인도·태평양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맞대응은 착실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인도·태평양 4개국의 ‘전략적 다이아몬드’에 맞서는 중국은 ‘진주 목걸이’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5년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를 향후 40년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냈으며, 올해 7월에는 아프리카 지부티에 해군기지를 건설했다. 인도양의 요충지를 연결함으로서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내륙지대뿐 아니라 바다에서도 압박수위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아시아·태평양 구도와 인도·태평양 구상 사이에 끼인 셈이 됐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수십 년 째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 등은 수출입의 상당부분을 중국에게 의존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 관영언론사 ‘차이나데일리’는 2020년이면 중국과 아세안의 연간 교역규모가 1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한국경제는 미국·일본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물론 인도와의 교류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총 수출액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한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한 축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다섯 번째로 많은 금액을 출자한 국가며, 사드배치로 인한 경제보복의 후유증에서 이제 막 빠져나오려는 참이기도 하다. 한국이 역내 거대경제공동체를 탄생시킬 수 있는 논의에서 완전히 발을 뺄 수도, 어느 한 편을 들 수도 없는 이유다.

현우진 기자  hwjin02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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