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신임대표를 예방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검찰이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소환조사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15일 취재진과 만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직접 조사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환시기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않았다. 전병헌 수석 측과 소환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

혐의에 대한 최종결론과 별개로 전 수석의 정치적 타격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검찰소환 전에 전 수석이 자진사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현직을 유지한 채 검찰소환에 응했던 전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직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경우, 청와대가 정치적 부담을 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 청와대·민주당 적폐청산 힘 빠질라 전전긍긍

물론 전 수석은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다.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전 수석은 “전직 두 비서들의 일탈에 대해 국민께 송구스러운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강조하지만 저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실규명도 없이 사퇴부터 해야 하는 풍토가 옳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자진사퇴에 일단 선을 긋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 특히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적폐청산’ 기조에 역풍이 불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따라서 ‘감싸기’로 오인 받을 수 있는 발언은 극도로 삼가고 있다. 청와대 역시 특별한 개입 없이 ‘수사결과에 따라 개인이 결정할 일’이라는 원론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굳은 얼굴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정권초기 핵심실세인 정무수석을 검찰이 정조준 했다는 점에서 배경을 놓고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더구나 전 수석이 혐의를 받고 있는 ‘롯데홈쇼핑 재승인’ 문제는 2016년 이미 한 차례 검찰의 전 방위적 수사가 진행됐던 사건이다. 검찰은 새로운 정황이 포착됐다는 주장이지만, 시점이 공교로운 것은 사실이다. 항간에 청와대 핵심인사들 사이 권력투쟁설이 불거졌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칼 끝 거꾸로 돌린 검찰 ‘왜’

여권 인사를 향한 검찰의 의도적 망신주기라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해석은 “논두렁 시계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는 전 수석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찰이 구체적 범죄 소명 없이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다”는 식으로 모욕을 준 것처럼 자신도 검찰에 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 수석의 주장과 무관하게 최근 검찰 내부에 다소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적폐청산 기조에 맞춰, 전 대통령과 전전 대통령 수사에 나섰다가 갑작스레 칼끝을 반대로 돌렸기 때문이다. 사정수사가 한국당으로 집중되는 것에 대해 내부 반발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과거 사정수사를 진행할 경우,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관례처럼 여야인사들을 모두 수사선상에 올려놨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원 상납금 대상에 “여야의원들”이라고 적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변창훈 검사의 자살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변 검사의 빈소에 문무일 검찰총장이 조문을 오자 “총장이 책임을 지라”는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뇌부의 강경일변도 수사에 내부적인 반발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자유한국당의 침묵과 걱정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전병헌 수석의 비위혐의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다. <뉴시스>

가장 의아한 것은 자유한국당의 반응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한국당은 ‘너희도 마찬가지’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조사대상으로 삼을 것을 주장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 핵심인사의 비위혐의는 정쟁으로 이끌고 가기 딱 좋은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부 차원에서 전 수석 사건에 대한 입장표명이나 언급은 거의 없었다.

당내 정치보복특위에서 나온 논평은 오히려 전 수석을 옹호하는 편에 가까웠다. 이면에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전 수석 소환을 계기로 한국당에 대한 사정수사를 더 강하게 몰아칠 것이라는 의심이 자리했다. 즉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장제원 대변인은 “전 수사에 대한 수가 요란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요란스럽다 못해 시끄럽다. 참 요상하다. 무엇이 그렇게 좋아서 검찰은 피의사실을 흘리고 수사추진 방향까지 흘리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문재인 정권은 전병헌 정무수석 수사로 마치 정치보복이 정치보복이 아니라 우기며 착한양의 탈을 쓰지 말고 치졸하고 잔인한 정치보복을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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