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 방문을 마치고 15일 귀국하면서 취재진을 만났으나 현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한 추가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15일 귀국했다. 강연차 바레인을 방문하고 돌아온 그는 한결 여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얼굴에 미소를 띠었고, 취재진에게 “날씨가 추워졌는데 고생이 많다”고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관심을 모았던 후속 메시지는 없었다. 출국에 앞서 현 정부의 적폐청산을 ‘감정풀이’,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목소리를 높였으나, 이날은 말을 아꼈다. MB와 동행했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곧 입장을 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노무현 X파일’ 주사위는 던져졌다

실제 MB 측은 귀국 메시지를 발표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반면 출국길에서 밝혔던 입장 표명은 사전에 준비된 발언이었다. 출국 전날인 11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옛 청와대 참모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댄 결과다. 당시 회의 분위기는 강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항에서 입장을 표명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다음날 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난 MB는 4분 가까이 말하면서 한 번도 더듬지 않았다.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연루 의혹에 대해선 “상식에 벗어난 질문을 하지 마라”며 일축했다.

현재 MB의 이름이 직접 언급된 의혹은 사이버사 인력 충원 부분이다. 당시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이 “MB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한 게 발목을 잡았다. 이에 대해 이동관 전 수석이 “대통령이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시시콜콜 지시한 일이 없다”며 부인한 상태다. 친이 직계로 분류되는 조해진 전 의원은 “청와대 참모나 주무장관, 공공기관장이 위법 행위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보고받고 협의한 대통령을 공범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MB 측은 이른바 ‘노무현 X파일’을 거론하면서도 현 정부와의 전면전은 피했다. 정치적 딜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모처럼 친이계가 바빠졌다. <뉴시스>

MB 측은 해당 혐의만으론 “범죄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위기감도 적지 않은 눈치다. 김관진 전 실장이 구속된 데다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도 출국이 금지됐다. 소환조사가 임박했다는 얘기다. 김태효 전 비서관은 김관진 전 실장이 청와대에 보고하거나 각종 회의에 배석했던 인물로, 우리 사람을 철저하게 뽑아야 한다는 취지의 ‘VIP 강조사항’을 전달한 당사자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순서상 다음 타깃은 MB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MB는 여론전에 뛰어들었다. 

MB는 바레인 일정 중에도 SNS를 통해 현 정부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 13일과 14일 잇따라 ‘단합’과 ‘타협’을 강조했다. 출국길에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와서 오히려 갈등과 분열이 깊어졌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현 정부와의 전면전은 피했다. “노무현 정부 때의 각종 의혹은 현 정부 핵심 세력과 이어진다”며 이른바 ‘노무현 X파일’을 공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들이 측근들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으나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치적 딜을 노린 MB의 꼼수라는 데 정치권의 해석이 적지 않다.

MB는 다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일단 주변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반대로 물밑 움직임은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세력 결집에 나선 것. MB의 지시로 자유한국당을 떠났던 친이계 전현직 의원들이 복당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는 금주 중에 한국당과 통합 형식으로 복당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친이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조치로 무주공산이 된 한국당을 점령해 현 정부와 검찰 칼날에 대응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MB의 측면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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