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행 단독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SK건설이 3개 분기 연속 실적 하락을 경험하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 SK건설 >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올해 4년9개월 만에 ‘원톱 CEO’ 체제로 회귀한 SK건설. 지난 연말 인사를 통해 국내 부문을 담당해 온 조기행 부회장을 선장으로 앉힌 SK건설의 항해가 순탄치 않다. 조기행 단독대표의 첫 번째 모의고사 격인 1분기부터 뒷걸음질 친 성적표를 내놓더니 두 번째, 세 번째 모의고사까지 이렇다 할 실적 개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아직 부진을 만회할 약간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최근 국내외 건설 환경이 결코 건설사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지라, 남은 4분기에도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3분기 영업익 전년비 16%↓… 뒤에서 두 번째

SK건설이 결국 3개 분기 연속 실적 하락을 경험했다. 올해 첫 스타트인 1분기에서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이더니 좀처럼 개선된 경영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효율성 강화와 조직 쇄신 차원에서 5년여 만에 단독 대표 체제로 변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픈 일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건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595억원에 이르던 SK건설의 영업익 규모는 올해 480억원으로 하락했다. 매출도 소폭 줄어들었다. 1조 6,283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전년 대비 4% 축소됐다.

다만 SK건설에게 고무적인 부문이라면 상반기 때와는 달리 10대 건설사 영업익 감소폭 순위에서 ‘꼴찌’를 면했다는 점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영업익(1,050억원)이 전년비 31.4% 감소하면서 SK건설의 뒷자리를 차지했다. 또 경영 외적 요인인 영업외비용 등이 감소하면서 당기순이익이 개선됐다는 것도 위안거리다. 그럼에도 이들 두 개 건설사를 제외한 나머지 8개 건설사 모두 영업익 개선이 성공했다는 점에서 SK건설의 성적표는 눈에 띈다.

업계 일각에선 SK건설의 이번 3분기 실적에 놀라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올해 단 한 차례도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외 건설시장이 수주 절벽에 직면했고 정부가 국내 주택시장에 대해서도 규제 강화로 일관하는 가운데서도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뚜렷한 수익성 개선을 끌어낸 반면, SK건설은 유일하게 대형사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1분기 나홀로 수익성 하락을 경험한 SK건설은 2분기엔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업계 우려를 자아냈다. 매출과 영업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1%, 45% 감소한 1조4,740억과 473억원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지난 연말 회사를 흑자 전환 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단독 대표로 올라선 조기행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다.

◇ 저유가 지속, SOC예산 축소 탓에 4분기도 먹구름

SK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역대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에 그 이상 실적 개선을 이끌어 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회사 관계자의 설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SK건설은 8조5,83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9조3,606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2015년보다 1조 가량 적은 수치일 뿐만 아니라 8조9,214억원을 기록한 2014년에도 미치지 못한다. 영업익을 봐도 2010년과 2008년 등 종종 2,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1,942억원을 앞질렀다.

SK건설은 4개 분기 연속 실적 악화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해야 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저유가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좀처럼 해외건설 시장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국내에선 정부가 내년 SOC예산을 축소함에 따라 건설사들의 일감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내외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SK건설이 남은 4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해 정유년 한 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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