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왼쪽)와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는 사촌경영 체제를 구축하며 실적 호조를 이끌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선대의 ‘형제경영’에 이어 ‘사촌경영’ 체제를 구축 중인 세아그룹의 후계자들이 ‘난형난제’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뜻밖의 악재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사촌형제간 우애가 실적 호조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세아제강은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실적으로 매출액 1조6,573억원과 영업이익 958억원, 당기순이익 652억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 1조2,946억원, 영업이익 538억원, 당기순이익 382억원에 비해 눈에 띄는 성장세다.

세아그룹의 또 다른 한 축인 세아베스틸 역시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매출액 2조2,883억원과 누적영업이익 1,500억원, 누적당기순이익 1,13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역시 지난해에 비해 훨씬 좋은 실적이다.

세아제강과 세아베스틸은 세아그룹의 3세 시대에 있어 ‘사촌경영’의 근간이 되는 곳이다. 그 주인공은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와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다.

두 사람은 동갑내기 사촌형제다. 이태성 전무는 고(故)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의 아들이고, 이주성 전무는 이순형 현 세아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고 이운형 전 회장과 이순형 회장은 창업주 고(故) 이종덕 회장의 두 아들로, ‘형제경영’을 통해 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전무는 최근 각자의 영역을 더 뚜렷하게 나누고 있다. 이태성 전무는 세아홀딩스 지분, 이주성 전무는 세아제강 지분을 늘리고, 상대 회사의 지분은 낮추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세아홀딩스는 세아베스틸, 세아특수강 등의 최대주주이자 지주회사다.

향후 이태성 전무는 세아홀딩스를 중심으로 특수강사업을 이끌어나가고, 이주성 전무는 세아제강을 통해 제철사업을 이끄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행보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뜻밖의 악재를 딛고 형제경영을 사촌경영으로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아그룹은 고 이운형 회장이 왕성하게 활동하다 2013년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했다. 경영은 물론이고, 지분정리에 있어서도 혼란이 불가피했다. 자칫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아그룹은 이순형 회장을 중심으로 침착하게 대응해 나갔다. 아버지로부터 상당한 지분을 상속받은 이태성 전무는 그 중 세아제강 지분을 꾸준히 매각하며 상속세를 충당했다. 그 사이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전무 측은 세아홀딩스 지분을 낮추고 세아제강 지분을 확보해나갔다. 이제는 이러한 지분정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실적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세아그룹의 분위기는 한층 밝아지게 됐다. 이 같은 실적 호조의 요인으로는 우선 업황을 꼽을 수 있다. 다만, 큰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사촌경영 체제를 구축해나가며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 역시 주효했다.

이에 일각에선 두 사람이 한 단계 더 높은 직함을 달고 더욱 본격적인 경영행보를 시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분정리는 사실상 끝났고,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경영 능력도 검증받았다. 나이 역시 1978년생으로 40대에 접어들었다. 조만간 나란히 승진 소식을 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