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조회사들이 가전과 결합한 상품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대명라이프웨어 홈페이지>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최근 A씨는 집에 TV가 고장 나는 바람에 가전 대리점을 방문했다가 생소한 문구를 발견했다. 특정 상조회사 상품에 가입할 경우 가전제품을 수십에서 100만원까지 할인해준다는 것. 그는 또 만기 시 납부금의 100%를 돌려준다는 말에 솔깃했지만, 상조금 납부를 약 10년(110개월)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보고 고민에 휩싸였다.

상조 서비스에 가입하면 전자제품을 할인해주는 결합상품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상조도 언젠가는 필요하다는 인식, 그리고 가전제품을 좀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이 맞물린 까닭이다. 다만 납부기간이 긴 반면 상조회사의 사정이 그리 좋진 않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월 5만4,000원씩 10년 납부, 해지 안할 자신은?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일부 상조회사들은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 전자랜드 등과 연계한 결합상품을 제공 중이다. 특정 카드사로 가전제품의 할부금을 결제하고 상조상품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삼성디지털프라자의 경우 가전제품 구매에 100만원을 할인받기 위해선 삼성블루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후 가전제품을 36개월 할부로 구매하고 대명 라이프웨이의 ‘스마트라이프 골드’(월5만4,000원*110회, 594만원)에 가입하면, 36개월 동안 총 118만원 가량(이자포함)을 가전제품 구매비용으로 지원 받을 수 있다. 또 상조상품 만기 시 100% 환급 또는 상조, 웨딩, 여행 서비스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

이는 여타 업체들과 유사한 상품으로, 비싼 가전제품을 싸게 구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인기를 모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 반응이 꽤 좋다”며 “올 여름 에어컨 판매 때 (결합상품의) 배송이 늦어지는데도 대부분의 고객들이 청약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우선 상조 서비스의 만기 전 해지 시 그간 지원받은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고객이 가입 후 36개월이 지나 가전제품 지원금 수령을 완료했다 해도, 지원금 반환의무는 상조 계약의 만료기간인 110개월까지 유지된다.  해지할 경우 납입금에서 지원금을 제외한 금액의 85%만 돌려받을 수 있다.

국내 상조업체 등록수 추이.<공정거래위원회>

◇ 삼성·LG 말고 상조회사 살펴봐야

상조·가전 결합상품의 또 다른 문제는 상조 회사들의 폐업 가능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상조회사는 2012년 이후 현재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12곳이 폐업했고, 올해 9월말 기준 18개 업체가 추가 도산했다. 또 상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LG, 롯데하이마트 등에서 제품을 구매한다 해도 이들이 상조서비스까지 책임지지 않기에, 고객들이 상조회사를 스스로 알고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업체들은 보험 또는 공제조합 가입을 통해 폐업되더라도 피해보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객들은 납부했던 금액 100%를 돌려받진 못한다. 현행법에 따라 상조회사들은 고객들이 납부한 상조서비스 대금의 50%를 선수금으로 책정한다. 즉, 고객들은 상조회사가 폐업할 경우 납부대금의 50%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상조·가전 결합상품의 고객들은 상조업체 폐업에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대부분의 상조회사들은 결합상품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을 고객의 납부 대금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명스마트라이프 골드’를 예로 들면, 110개월간 총 594만원을 납부한다 해도, 지원금(118만원가량)을 제외한 액수를 상조금으로 인정받는다. 즉, 대명스마트라이프 고객은 594만원에서 118만원 뺀 50%를 보장받는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는 괜찮아보여도 10년 뒤에 한꺼번에 (만기환급이) 도래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되느냐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법 개정으로 (결합상품을) 막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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