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성대·석굴암등이 포항에서 발생한 5.4 규모 지진에도 끄떡없었다.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공포감을 조성한 지진이었지만 흔들림없이 피해가 없어 '선조들의 지혜가 대단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명선 기자] 지난 15일 규모5.4의 포항 강진으로 학교와 빌라 등 주요 건물 외벽이 무너지거나 도로에 금이 가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지진의 진동이 서울까지 전달됐을 정도였다는 점에서 포항 인근의 경주 지역 문화재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과 관련, 경주 지역의 첨성대, 석굴암, 불국사 등 주요 문화재에 대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첨성대는 국립문화재연구소 안전방재실에서 계측해서 수치까지 확인했는데 여진 이후에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첨성대가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에 이어 이번 포항 지진을 겪으면서도 큰 피해가 없었던 것은 기본적인 ‘구조’에 답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첨성대는 1,400여년 전에 만들어진 구조물임에도 ‘내진설계’가 적용돼 있다. 내진설계가 적용됐다는 역사적 기록이 남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첨성대에 적용된 여러 기법 등을 토대로 보면 지진에 저항하는 ‘성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단 무게중심이 낮다. 첨성대 하부 직경이 상부보다 길다. 바깥으로 부푼 아래쪽이 오목한 형태의 윗부분보다 더 넓은 모양으로, 위로 올라갈수록 안정적으로 좁아지는 형태다. 여기에 중심점을 기점으로 건축물이 360도 대칭을 이루고 있어 어느 방향에서 진동이 와도 안정적으로 견딜 수 있는 원형 구조다.

첨성대는 바닥을 1.5m 이상 파고 그 안에 모래와 자갈을 다져 넣어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다. 단단한 지반보다 입자 형태의 지반이 흔들림을 최소화한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또 석재를 쌓아올리는 과정에서 완전히 고정시키지 않고 엇갈려 쌓는 점도 완충을 돕는다. 첨성대 몸통 부분에 돌출돼 있는 ‘비녀돌’이 탑이 무너지지 않게 꽉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첨성대 꼭대기에 설치된 우물 정(井) 모양의 정자석은 서로 무게를 지탱해 첨성대가 좌우로 흔들리지 않게 만든다.

앞서 경주와 달리, 포항 지진 진앙에 특히 피해가 적었던 것은 첨성대가 포항 지진 진앙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것(약 32㎞)도 이유 중 하나다. 첨성대는 지난해 경주에서 발생한 진도 5.8의 강진에도 북쪽으로 2cm 기울고 모서리 부분이 5cm 가량 벌어진 것 외에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지진 방재기반을 구축하는 전담조직인 안전방재연구실을 지난 1월 신설했다. 아울러 건축문화재의 각종 보존 분석과 구조안전성 실험을 할 수 있는 연면적 625㎡ 규모의 ‘건축문화재 안정성 평가 시험연구시설’도 건립 중이다.

이외에도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해 지진 등 재난 발생 시 관계기관의 장비와 인력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각 건축 문화재 현장에 화재와 더불어 지진 등에 대비한 재난대응 지침서를 작성·구비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포항 지진 이후에도 문화유산을 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대책들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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