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국민의당 내 친안철수계와 호남계의 대치가 격화되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이른바 ‘빅텐트’를 거론하며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띄웠고, 호남계 의원들은 ‘평화개혁연대’ 출범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이 분당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대표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은 박지원 전 대표다. 총선과 대선 때까지 안철수 측 인사로 분류됐으나 최근에는 날 선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통합론에 대해 “명분도 없고 정치적 실리도 없는 저능아들이 하는 것”이라며 안 대표를 정면 비난했다. “골목슈퍼 2개 합친다고 대형마트 되겠느냐”고도 했다.

또한 천정배·정동영 등 호남중진들과 함께 ‘평화개혁연대’도 추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바른정당과 정책연대·선거연대까지는 정치상황에 따라 가능하지만, 당의 정체성을 해할 수 있는 통합은 ‘불가하다’는 게 이들의 모임결성 취지다. 당내에서는 오는 21일 양 측의 끝장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자는 입장이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견만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 국민의당 지지율은 낮은데, 박지원 등 선호도는 높은 편

국민의당 내 안철수계와 호남계의 분화는 정치적 이해관계의 차이에서 온다. 차기 대선을 꿈꾸는 안 대표는 ‘호남색’에서 탈피하겠다는 뜻이 분명하다. 당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원인 중 하나로 지나친 호남의존도를 꼽기도 한다. 이는 ‘중도통합’을 통해 전국정당으로 나가야 대선승리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반면 당장 내년 지선과 다음 총선을 준비해야하는 현역의원들의 입장은 다르다. 안 대표의 ‘탈호남’ 기조로 인해 지역구 민심이반이 눈으로 확인된다는 것. 통합 대상인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햇볕정책과 호남 지역주의를 포기해야 통합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한 것이 결정적인 이반 계기로 이들은 보고 있다. ‘햇볕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정책으로 국민의당 창당 당시에도 그 정신을 반영했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호남민심은 박지원 전 대표에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남지역 정당투표 선호도는 민주당이 64.6%로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당은 12%에 불과했고, 이어 정의당 2.1% 한국당 1.3%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남도지사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조금 달랐다. 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13.9%로 가장 높았지만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 지지율도 11.6%도 큰 차이가 없었다. 또한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의 지지율도 네 번째로 높은 9.3%로 나타났다. 국민의당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지만, 당내 호남계 인사들의 경쟁력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가상대결에서도 민주당 인사들과 접전양상이 벌어졌다. ‘이개호 대 박지원’ 구도에서는 이개호 의원이 42.7%, 박 전 대표가 25.5%로 국민의당 지지율 보다는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노관규 대 박지원’ 구도에서는 조금 더 차이가 좁혀졌는데, 노관규 전 순천시장이 35.3%, 박 전 대표가 31.6%로 오차범위 내에서 혼전을 보였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는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안심번호방식으로 실시해 840명의 전남도민이 응답했다.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 전체 응답율은 12.2%였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다. 보다 자세한 선거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