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사례가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 일부를 상납해왔다는 데 파문이 크다. 상납금 규모가 약 40억원에 이른다는 점도 놀랍지만, 상납 고리의 최정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목되면서 비자금 수사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돌연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상납을) 요구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검찰의 칼끝이 턱밑까지 다다랐다.

◇ 장진수 폭로 재조명 “총리실 산하 부서도 특활비 상납”

불똥이 튀긴 것일까. 특활비 상납 의혹은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까지 올라갔다. 당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근무한 장진수 전 주무관이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MB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0년 MB정부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졌을 때, 사찰 자료가 담긴 컴퓨터를 파기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2년 뒤 양심고백을 하면서 파면 당했다. 

장진수 전 주무관에 따르면, MB정부에서도 특활비를 상납하는 관행이 있었다. 자신이 2009년 7월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첫 출근해서 지시를 받은 업무도 바로 상납금을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었다. 부서 특활비 400만원 중 280만원이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산하의 고용노사비서관실 비서관에게 200만원, 행정관 2명에게 각각 50만원과 30만원씩 매달 용돈처럼 전달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서류 조작도 감행했다. 특활비가 집행된 것처럼 서류를 꾸몄던 것이다. 해당 업무는 장진수 전 주무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떠나는 날(2010년6월)까지 계속됐다. 주목할 부분은 정부의 공식 지휘체계와 무관한 곳에 상납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사정업무는 민정수석실 담당이었으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고용노사비서관실의 통제를 받고 있었던 것. 당시 이모 비서관은 MB와 고향이 같은 ‘영포라인’ 핵심으로 알려졌던 터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던 장진수 전 주무관이 국무총리실 산하 부서에서 매월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사실을 밝혔다. <뉴시스>

사실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는 이미 5년 전에 있었다. 당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으로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묻혔다. 그의 직속상관이었던 국장과 과장은 특활비를 빼돌려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정작 상납을 받은 사람은 처벌받지 않았다. 검찰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특활비 상납 의혹이 확대되면서 전임 정부에 대한 의혹 수사도 불가피하게 됐다.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는 MB정부에서도 특활비가 청와대에 상납된 일례가 될 수 있다. 특히 국정원뿐만 아니라 총리실과 같은 다른 부처의 특활비가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상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납금 규모는 가늠하기 어렵다. 당장 총리실 산하 부서의 월 특활비 가운데 70%(280만원)를 상납 받은 만큼 수사 진척에 따라 비중이 커질 수 있다. 사건에 연루된 MB맨이 등장할 경우 또 다른 파문을 불러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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