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천막농성 중인 반올림. 어느덧 삼성과의 싸움은 10년이 됐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삼성공화국’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국내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삼성. 그런 삼성을 상대로 10년째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삼성 직업병 문제의 정상적인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다.

삼성과의 기나긴 싸움은 2007년 3월 고(故) 황유미 씨가 23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됐다. 어린 나이에 삼성전자에 취직해 반도체공장에서 일을 했던 고 황유미 씨는 일을 시작한 뒤 백혈병을 얻어 끝내 사망했다.

아버지 황상기 씨는 오로지 자신의 딸이 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진실을 알려 달라 요구했지만 ‘삼성공화국’에선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후 그를 돕는 사람들과 또 다른 피해자들이 하나 둘 씩 모이면서 반올림이 만들어졌고, 지금껏 삼성과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초겨울 강추위가 찾아온 요즘에도 반올림은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다. 벌써 2년이 넘었고, 이번이 세 번째 겨울이다. 그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및 실형선고를 받았고, 삼성은 그룹해체라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으나 아직까지 직업병 문제에 있어서는 달라진 모습이 없다.

다만, 법원에서는 의미 있는 판결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대법원이 처음으로 악성 뇌종양 피해자의 산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반올림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한 번 삼성의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반올림은 “지난 10년 동안 삼성에서 320명의 노동자가 직업병으로 제보해왔고, 118명의 노동자들이 세상을 떠났다”며 “노동자들은 젊은 시절을 꼬박 투병으로 보냈다. 투병의 끝은 처참했다. 아픔을 간직한 채 끝끝내 세상을 뜨거나, 후유장애로 또 다른 고통을 마주했다. 직업병의 고통은 노동자 자신 뿐 아니라 가족, 그들의 공동체가 짊어져야 할 아픔이었다. 피해자들을 더욱 분노케 했던 것은 자신들의 아픔을 외면한 삼성의 냉정한 민낯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은 직업병 문제를 개인의 질병이라 이야기했다. 근로복지공단과 법원에서 산재가 인정되었지만 삼성은 여전히 직업병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삼성은 모든 피해노동자들에게 사과와 보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을 나누고, 자신들의 선정기준에 맞춰 보상했다. 오래전 약속했던 재발방지대책 역시도 제대로 운영되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삼성은 자신들의 과오에 대한 인정과 반성보다는 어떻게든 문제를 축소시키고, 모면하려는 꼼수만 보였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최근 여러 다양한 질병이 산재로 인정받고 있음을 지적하며 “정부기관이 인정하고, 사회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제 삼성만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면 된다. 10년이 지났다. 우리는 아직도 거리에서 외치고 있다. 노동자들의 고통과 죽음을 멈출 수 있도록 삼성은 직업병 문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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