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국민은행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취임 기념 간담회를 개최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허인 KB국민은행장 체제가 21일 공식 출범했다. 허 행장의 어깨는 무겁다. 변화하는 영업 환경에 대응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다양한 내부 현안도 해결해야 한다.

◇ 단기 성과주의 타파ㆍ영업 효율화 도모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대강당 4층에서는 허 행장의 취임 기자간담회가 열렀다. 허 행장은 전날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안이 통과되며 내정자 신분에서 벗어났다. 그에 쏠린 관심을 반영하듯, 간담회장은 많은 취재진으로 가득 메워졌다.

허 행장은 우선 취임사를 통해 “고객과 직원을 중심에 두고 혁신적인 디지털 뱅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단기 성과주의 영업 방식도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허 행장은 “KPI(핵심성과지표)에 매몰된 단기성과주의와 자율성이 배제된 밀어내기식 프로모션은 최우선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생산성 제고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다만 이는 희망퇴직과 영업점 감축 등의 비용 축소를 통해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허 행장은 “희망퇴직이나 점포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여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디지털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은행 역량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더 많은 인력을 채용도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금융 시대를 대비한 맞이한 지점 운영 전략 계획도 제시했다. 허 행장은 “1,000여개의 지점들이 똑같은 영업을 하던 행태에서 해당지역의 고객 유형과 금융수요 유형을 분석해 현장에 맞게 영업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KB국민은행은 3년만에 분리 경영 체제를 맞이하게 됐다. KB국민은행은 2014년 이른바 ‘KB사태’로 극심한 조직 혼란을 겪은 후, 지난 3년간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 체제가 운영됐다. 두 조직을 동시에 이끌었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연임에 성공한 뒤, 경영 체제를 분리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허 행장은 무거운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우선은 노동조합과의 관계 개선이 시급 과제다. 전국금융노동산업 KB국민은행지부는 앞서 허 행장의 내정이 결정되자 지주 회장에 이어 행장 인선도 부실하게 진행됐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허 행장은 이날 노조와의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 행장은 “노조는 함께 나가야 할 파트너고, 노조 또한 본인이 속해 있는 조직이 잘 나아가길 바랄 것”이라며 “서로 다른 부분을 대화를 통해 풀어가며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숙제는 글로벌 사업이다. 국민은행은 경쟁사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해외 진출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투자 실패와 일본 도쿄지점 부실 사태 등으로 글로벌 사업 전략은 최근 몇 년간 제동이 걸려있었다. 이에 국민은행은 국내 시장에서 리딩뱅크의 위상을 회복했음에도 글로벌 시장에서만큼은 고전은 면치 못하고 있다.

◇ 노사갈등 해소ㆍ독립경영 안정 과제 

경쟁사와의 이같은 격차를 허 행장도 수긍했다. 허 행장은 “해외사업은 KB가 가장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며 “앞서가는 국내외 경쟁자를 따라가기 위해서 개척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서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지역별로 스터디를 하려고 한다”며 “동남아 쪽은 리테일이나,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 대출) 쪽에 적합한 전략으로 나가겠다”고 답했다.

여기에 과거의 ‘내분 사태’를 반복하지 않고 분리 경영체제를 안정화시키는 것도 중요 과제다. KB금융은 2014년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여 초유의 내분 사태를 겪었다.

업계에서는 허 행장이 내부 출신인데다 윤 회장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과거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독립적인 경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업무 조정에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허 행장은 “지주와 은행의 커뮤니케이션은 긴밀하고 상시적이고 진솔해야 한다”며 “생각을 항상 (윤종규 회장에) 알리고 미리 협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 나름의 독립성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단 첫 번째 시험대는 인사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조만간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대부분의 부행장급 임원은 내달 임기가 만료된다. 첫 인사인 만큼 업계의 관심이 높다.

허 행장은 “12월 말에 지주사가 정기인사를 단행하면 은행 또한 맞물려 이뤄질 것”며 “인사는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데 지주사와 은행 임원을 겸직하는 경우 윤 회장과 협의를 해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상임감사도 조만간 선임될 예정이다. 허 행장은 “조만간 충분한 역량을 갖춘 분을 영입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상임감사 자리는 지난 2015년 1월 정병기 전 상임감사가 사퇴한 이후 3년 가까이 공석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