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 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처음으로 도입한 청년비례대표제로 ‘금배지’를 달았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은진 최영훈 기자] “‘나의 사랑 나의 방황 나의 종교’라는 책 아세요? ‘청년 비례’는 저에게 딱 그거예요.”

김광진 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처음으로 도입한 청년비례대표제로 ‘금배지’를 달았다. 당시 31세의 나이로 19대 국회에서 ‘최연소 의원’이었던 그에게 ‘청년비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꼬리표였다. 김 전 의원은 “아마 제가 60살을 먹어도 누군가는 저를 ‘청년비례’ 출신이라고 소개하겠죠”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청년’이라는 용어가 기존 정치권에서 하나의 ‘프레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사실 ‘청년정치인’이나 ‘정치신인’은 같은 말이다. 그런데 ‘청년’이라는 말은 대중들에게 별로 긍정적인 느낌을 주지 못한다.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물갈이 여론이 있기 때문에 ‘정치신인들에게 기회를 주자’고 하면 국민들은 동의한다. 그런데 ‘청년에게 기회를 주자’는 말을 들으면 훨씬 더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정치권에서는 ‘청년’이라는 단어를 더 활용해왔다는 게 김 전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그래서 기존 정치인들은 이 (청년) 용어를 사용하는 거다. 자신들에게 훨씬 더 유리하니까. 원래 (정치신인) 단어를 쓰면 자신들에게 불리하니까”라고 했다. ‘정치신인’이라는 단어를 자꾸 써서 ‘물갈이 여론’이 형성되면 가장 불리한 것은 기존의 현역 국회의원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김 전 의원은 정치권의 ‘청년 활용법’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재선될 확률이 없으면 초선도 하면 안 됩니까”라고 날선 질문을 던진 그는 “희한하게 다른 (분야) 국회의원과 다르게 청년 의원에 대해서는 ‘청년문제를 얼마나 해결했느냐’ 이걸로만 평가를 하려고 하더라”며 “단순하게 의원 1명이 ‘배지’를 달았다고 해서 통치하듯이 백마 탄 초인처럼 (모든 문제의) 결정을 내리는 구조는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경선 패배로 20대 국회에는 들어오지 못했다. 물론 21대 총선 출마 생각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신중하다. “안 나가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나가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제가 정치를 해보니까 무조건 되려는 사람은 잘 안 되더라. 잘 모르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김광진’하면 언제나 ‘청년 비례’라는 말이 생각난다.

“좋은 말로 하면 (정치적) ‘기반’이고 나쁜 말로 하면 ‘꼬리표’다. 제가 나중에 60살을 먹어도 저는 ‘청년비례 출신’으로 소개될 것 같다. 정치인이라면 다 그런 것을 안고 정치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지역구 의원들은 그 지역구가 꼬리표가 된다. 전남 출신 의원은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호남의원’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합리적 기준은 아닌 것 같다. 개별 의원으로서 어떤 역할과 역량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다양한 것을 그냥 싸잡아 평가하게 된다.”

김 전 의원은 경선 패배로 20대 국회에는 들어오지 못했다. 물론 21대 총선 출마 생각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신중하다. <시사위크>

- ‘청년비례로 입문하면 정치 길게 못 한다’는 얘기가 있다.

“재선될 확률이 높지 않으면 초선도 하면 안 되나? 예를 들어 우리 당 비례대표의 경우 장애인 비례, 여성 비례, 당직자 비례, 노동자 비례 다양하게 나누는데 당직자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하더라도 무조건 4년 동안 당직자 처우개선만을 위해 뛰지는 않는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더라도 ‘당직자 출신의 한계’라고 아무도 하지 않는다. 군 출신 비례의원들이 다음에 떨어져도 ‘장군 출신의 한계’라고 아무도 안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 청년들에게는 ‘청년정치의 한계’라고 한다.

그 자체가 일종의 프레임이다. 가장 힘없는 사람을 먹이거리로 삼으려는 정치권에서는 가장 세력화·조직화되지 못한 청년이 공격의 주 포인트가 된다. 그렇게 해야 기존 기득권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비례 의석은 한정돼있고 청년에게 (비례 순번을 주면) 다른 사람들 자리가 없어지니까.”

- 정치권이 ‘청년팔이’만 하고 청년을 ‘얼굴마담’으로만 삼는다는 얘기로 들린다.

“‘얼굴마담’이랄 것도 없다. 다만 우리사회는 이제 막 청년도 하나의 사회적 약자로서, 정치적 약자로서 대상화를 하고 있는 과정이다. 그 첫 시작의 기점인 것이지 (청년정치에 대한) 어떤 결론이나 답을 내릴 만한 수준까지 오지도 못했다. 청년비례 2명을 뽑았다고 다 바뀌면 우리사회 문제될 게 뭐가 있겠나. 갈등구조는 끊임없는 투쟁의 역사다. 단순하게 의원 1명이 ‘배지’를 달았다고 해서 통치하듯이 결정을 내리는 구조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제 막 청년들도 ‘정치세력화가 필요하구나’ 느끼고 비례대표 형식을 빌려서라도 ‘우리도 자리를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한 첫 단계다. 이제부터 조직화를 해나가는 게 민주주의다.”

-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한계가 있나.

“여성이나 노인 같은 다른 집단의 경우에는 ‘문제가 생기면 우리 공동체가 피해 입는다’는 것을 오랜 기간 느껴 와서 자리가 줄어들면 여야를 막론하고 단결해서 자리를 확보하고 한다. 그런데 정치하는 청년 뿐 아니라 개인 청년들도 기본적으로 정치적 집단화를 통해 뭔가 얻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크지 않고 정치 불신도도 높다. 때문에 (청년으로서의 권리를) 지켜내는 의기투합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 그럼에도 ‘청년 정치인’이 늘어나야 하는 이유를 든다면.

“(단순히) ‘젊으니까’ ‘잘하니까’와는 별도의 이유다. 대의민주주의는 대의성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때 진정한 대의민주주의가 된다. 한 사람이 잘나고 못나고의 문제가 아니라 못난 사람도 못난 사람 숫자만큼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대학원 박사학위 인구가 전체 인구의 10%라면 국회의원 중 10%만 박사여야 한다. 대학을 안 나온 사람이 20%라면 국회의 20%도 대학을 안 나온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다. 이게 정상적인 대의민주주의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비장애인도 장애인정책을 낼 수 있어’ ‘여성 아니어도 여성정책 낼 수 있어’라고들 하지만 언제나 높은 사람들이 하던 주장이다. 우린 이걸 받아들여 왔을 뿐이다. (정책에는) 당사자의 목소리가 들어가야 한다.”

-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 청년공천 기준을 50세까지 높이겠다고 한다. 청년의 기준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인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비례공천은 35세 이하로, 지역구에 청년가산점을 주는 나이는 45세를 기준으로 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정답은 없다. 각 당이 원하는 방향대로 맞춰서 하면 된다. 다만 그만큼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정치판을 보면 말만 하다가 최종적으로는 결정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당만 해도 제가 당선되던 5년 전 청년비례대표제는 제도화되지 않은 ‘쇼잉(showing) 이벤트’였다. 그 이벤트로 장하나 전 의원과 제가 당선돼서 의정활동을 시작하게 된 거다. 당시 저희의 가장 큰 목표는 (청년비례제를) 제도화하는 것이었다. 어느 누가 들어오던 어떤 상황이던 이걸 제도로 만드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는데 실제로 이뤄냈다. 그래서 우리 당 당헌에 못 박았다. 그런데도 20대 총선 때 우리 당은 사실상 (청년비례제를) 안 했다. 뽑아놓기만 하고 (당선권) 뒤 순번에 배치했다. 당시 김종인 전 대표의 정무적 판단으로 힘없는 청년비례가 날아간 거다.”

- 정치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국회의원 다선금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제한)하면 선이고 안 하면 악이고 이건 아니다. 우리 당 표창원 의원이 말한 것처럼 정년제는 생각해볼 수 있겠다. 65세 이상 되면 투표권은 주되 출마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선출직이라는 것은 결국 그 사람들의 나이나 선수에 따라 (선출)되는 게 아니라 결국 국민이 뽑아주면 되고 안 뽑아주면 안 되는 거다. 유권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면 초선이어도 떨어뜨릴 수 있고 5선 6선도 더 할 수도 있는 거다. (3선을) 떨어내면 초선이 들어올 수 있다? 그건 동의하지 않는다. 3선 제한하지 않아도 지금 국회에 초선은 많다. (초선) 자리 확보를 위해 3선 이상을 제한할 필요는 별로 없다고 본다.”

- 다음 총선 출마 여부에 관심이 많다.

“안 나가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나가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제가 정치를 해보니까 무조건 되려는 사람은 잘 안 되더라. 결국 주변사람들이 (내가) 정치인이 되길 원해주면 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못하는 거다.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런데 4년 뒤 당선되겠다는 생각만 갖고 살고 싶지는 않다. 제가 지금 울산 중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해서 순천 선거에 무슨 표가 되겠나. 하지만 이게 지금 저에게 부여된 소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거다.”

- 앞으로 정치인 김광진의 행보를 말해 달라.

“‘함께여는 미래’ 단체를 꾸렸는데 지난 1년 간 대선도 있고 해서 활동을 잘 못했다. 이제 여유로워졌으니 일을 좀 해보려고 한다. 일단 민주주의는 유권자가 하는 거다. 유권자가 바뀌어야 정치도 바뀐다. 유권자들은 조금 더 민주적인 시민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강연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제 특성 상 청년을 대상으로 많이 한다.

그리고 ‘팟캐스트’ 같은 방식으로 정책을 쉽게 설명하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어쨌든 저는 많은 청년정치인 중 앞에 있는 편이다. 저를 따라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일단 앞에서 호미 들고 삽을 들고 있는 사람이니 맡겨진 소명을 충실히 이행하려고 한다. 저는 정치인이니까 정치를 계속 할 거다. 꼭 국회의원 선거에만 정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에게 잊히느냐 잊히지 않느냐 문제인데 이걸 잘 조정하며 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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