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상징적인 선수였던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로 팀을 옮겼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잠잠했던 FA시장에 커다란 돌 하나가 던져졌다. 그 돌이 일으킨 파장이 만만치 않다.

주인공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강민호.

강민호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수식어는 필요 없다. 롯데의 포수 강민호다. 2004년 롯데에 입단한 강민호는 어린 나이에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차며 팀의 상징으로 성장해왔다. 기량이 절정에 오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강민호는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팀의 가을야구 진출 행진에 일조했다.

포수라는 포지션은 야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좋은 포수 한 명이 나오면 10년은 걱정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 강민호는 2005년 주전급으로 도약한 이래 13년간 롯데의 안방 자리를 지켜왔다.

강민호의 존재감은 첫 번째 FA계약으로도 입증됐다. 2013년 시즌을 마치고 FA자격을 취득한 강민호에게 롯데는 4년 총액 75억이란 잭팟을 선물했다. 당시 신기록이었다. 강민호는 FA계약 직후 부진에 빠져 원성을 사기도 했으나, 2015년 35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등 완벽하게 부활해 자존심을 되찾았다.

이처럼 야구인생의 모든 시간을 롯데와 함께했던 강민호가 팀을 떠난 다는 소식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몇 가지 물음표가 제기된다.

첫 번째는 강민호의 마음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으로는 롯데와 삼성이 같은 규모의 액수를 제시했다. 그런데 강민호의 선택은 삼성이었다. 이를 두고 금액이나 계약기간 등 감춰진 추가 옵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혹은 더 먼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삼성이 제시했을 수도 있다.

그 이유가 어떤 것이든 간에 데뷔 이후 14년간 몸담았던 팀을 떠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먼 훗날에는 밝혀지겠지만,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와 속마음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삼성이다. 속된 말로 ‘뜬금포’를 터뜨렸다. 2015년까지 ‘삼성 왕조’를 구축했던 삼성은 최근 두 시즌 완전히 몰락했다. 역대 최악의 기록을 모조리 경신하며 2년 연속 9위에 머문 삼성이다. 그 배경엔 모기업의 투자 축소도 한몫했다. FA시장의 큰손이었던 삼성은 박석민과 최형우를 속절없이 놓쳤고, ‘특급 영입’은 없었다. 그런 삼성이 두 번째 FA를 취득한, 내년이면 34세가 되는 강민호에게 80억을 안긴 것이다.

“어린 투수들을 성장시키기 위한 선택”이란 삼성 설명의 말엔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간의 행보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은 여전히 물음표를 남긴다. 아무래도 냉담해진 팬들의 반응과 흥행을 조금이나마 되찾기 위한 의도 또한 포함됐을 것이다. 또한 야구단 지원은 축소시키고 최순실과 정유라를 적극 지원한 것에 대한 싸늘한 여론도 반영됐을 수 있다.

세 번째는 롯데다. 롯데는 왜 강민호를 잡지 못했을까. 물론 강민호가 완벽한 선수는 아니고,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줄 수도 없다. 그러나 강민호는 전력적인 측면과 비지니스적인 측면에서 너무나도 무게감이 큰 선수다. 그런 선수에게 표면상 같은 금액을 제시하고도 외면당하는 일은 촌극이다.

롯데는 당장 강점이었던 포수 포지션이 최대 약점으로 떠올랐다. 강민호의 존재감이 컸던 만큼, 공백도 크게 다가온다. 강민호의 이적이 새로운 스타 탄생으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어쨌든 강민호의 이적은 다소 지루했던 FA시장에 큰 자극제가 됐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야구의 격언을 되새기게 한다. 야구 모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