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워건 광고.<삼성전자 CE 유튜브 채널>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삼성전자의 가전광고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네티즌들은 ‘남성을 비하한다’ ‘설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등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다만 일각에선 너무 민감한 반응이란 반박도 제기된다.

◇ 남녀 ‘편 가른’ 삼성 파워건 광고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12일 자사의 가전전용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청소기 제품 ‘파워건’ 광고를 게재했다.

공개된 광고영상은 결혼을 약속한 한 남녀가 예비 처갓집에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남성은 청소 중인 어머니(예비 장모님)의 손에서 삼성 ‘파워건 청소기’를 뺏으며 대신 청소를 시작했고, 이후 영상은 어머니와 딸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과 남성의 청소하는 화면을 번갈아가며 비춘다.

문제는 어머니와 딸이 나눈 대화내용이다. 어머니는 남성을 힐끗 쳐다본 후 딸에게 “어째, 튼튼은 하니?”라고 물었고, 청소 중인 남성은 혼잣말로 “이 청소기 힘도 엄청 세고, 한번만 밀어도 완전 깨끗해지는데”라고 말했다. 이후 딸은 “그럼~ 친구 중에 최강이야”라고 답했다.

또 어머니는 “편하게 잘해줘?”라고 물었고, 남성은 “이거 접히기까지 하니깐 정말 편하네”, 딸은 “제일 편해”라고 말했다.

광고를 본 남성들은 “남자를 제품에 빗대 제품 취급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광고”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일부는 모녀 간의 대화내용이 남성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받아들이기도 했다.

반면 일부 여성들은 “예전 광고에서의 여성을 상품화한 모습의 반도 안된다”며 “(이 같은 반응은) 여태 광고들이 여성비하가 심각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성별을 바꿔 봤을 때 불편하다면 당연히 차별이고 혐오적인 내용”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광고.<삼성전자 CE 유튜브 채널>

◇ 남녀 모두 부정적 반응 보였던 '패밀리허브‘

또 논란이 된 광고는 지난 5일 공개된 패밀리 허브 ‘대화의 기술’이다. 이 광고는 남편의 과소비에서 촉발된 부부 간의 갈등, 대화단절을 ‘음성인식 기능이 내장된 패밀리 허브’로 해소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21일 오후 5시 기준 조회수 158만 건을 기록했지만,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견이 865표로 ‘좋아요’(79표)의 10배를 넘어섰다. 현재는 재 업로드 돼, 조회수 및 의견투표수가 초기화 된 상태다.

영상은 아내가 남편의 ‘60만원어치 야구 장비 구매영수증’을 확인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남편은 설거지, 분리수거, 아이와 놀아주기 등 집안일을 하면서 아내의 화를 풀기위해 애를 쓰지만, 아내는 남편을 없는 사람 취급한다.

결국 갈등은 아내가 삼성 냉장고 ‘패밀리 허브’에 말을 걸면서 해소된다. 아내는 처음엔 패밀리허브에 수차례 질문을 하며 남편이 자신에게 말을 건 것으로 착각하게 했지만, 이후 “수제비 먹을래?”라고 말문을 튼다. 이에 감명 받은 남편은 “내가 할께”라며 패밀리허브를 통해 레시피를 확인, 요리를 시작한다.

패밀리허브의 새로운 기술들이 가족 간의 갈등 해소에 도움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모양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남편이 돈 벌고 자기 취미에 좀 투자했다고 눈치를 보고, 아내는 역정을 낸다”며 광고 자체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또 다른 이들은 “한 집안 가장이 저렇게 비하돼서야 되겠냐”고 말했다.

또 여성이라고 밝힌 이들도 광고를 보고 불쾌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 세태는 부부 간 가사일 분담이 당연한데, 광고 속 남편이 아내의 기분을 풀기위해 각종 집안일을 한다는 설정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네티즌은 “잘못한 남편이 부인 기분 풀어준답시고 생색내면서 쓰레기 버리고 청소한다”며 “손 하나 까딱만 해도 과분한 칭찬을 받는 걸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고 지적했다.

삼성 가전광고에 대한 네티즌 반응.<커뮤니티>

◇ 삼성전자, 노이즈 마케팅 효과 노렸나

이번 논란은 광고업계의 해묵은 성적 코드 문제와 맞닿아있다. 현행 방송광고심의규정은 국가·인종·성 등을 이유로 차별·편견·갈등을 조장하는 표현을 금지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실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공중파·케이블·인터넷·영화관·바이럴’ 등을 통해 방영된 광고 343편 중 성차별적 광고는 총 37편으로 성 평등 광고(7편)의 5배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은 고정관념 탓도 있겠지만, 성적 코드를 통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좀 더 끌기 위함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일각에선 삼성전자도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논란과 관련,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유튜브에 올라와 있던 ‘패밀리허브’ 광고영상을 지난 21일 저녁 다시 업로드 해, 조회수 및 추천·반대 수를 초기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