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최근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재평가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그나저나 우리 VIP님 얘기 좀 하고 싶은데…”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법원의 선고공판을 앞두고도 언니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먼저 생각했다. “너무 자주 재판을 받는 것”에 대해 걱정했고, “추가 구속영장은 부당하니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들의 면회마저 거부하고 있는 데 대한 섭섭함은 없었다. “누구는 만나고, 누구는 못 만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했다. 

오지랖이 아니었다. 박근령 전 이사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160억원대의 공공기관 납품 계약 성사를 약속으로 A사회복지법인 대표로부터 1억원을 받은 것과 관련 사기 혐의를 받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범죄를 증명할 증거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박근령 전 이사장에게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을 지적하며 “매사 진중하게 처신하라”는 취지로 주의를 줬다. 

◇ ‘박근령 무죄’ 판결 이후… 신동욱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법원의 판결 직후 박근령 전 이사장은 다시 한 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형님이) 이 재판을 봤을 때 얼마나 실망하실까 걱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오해가 풀렸다”며 미소를 보였다. 이후 박근령 전 이사장의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지난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아버지 시대를 재평가해달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박지만 EG 회장도 하지 못한 말이었다.

뿐만 아니다. 박근령 전 이사장의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자신의 SNS를 통해 육영재단 주차장 사기 사건과 관련 공범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외삼촌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근령 전 이사장은 해당 사건으로 2015년 12월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원을 확정받았다. 공범 두 사람에겐 각각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이에 신동욱 총재는 “아내는 속은 죄, 엮인 죄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 우병우 전 수석의 외삼촌에 대한 뒷말은 지난해 최순실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나왔다. 박근령 전 이사장의 주변에서 법조 브로커 역할을 하며 송사를 부추기는 인물로 지목됐던 것. 그로 인해 박근령 전 이사장이 곤란한 입장에 처하기도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줄곧 침묵을 지켜왔던 박근령 전 이사장과 신동욱 총재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을 둘러싼 사건들이 새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는 27일 재판 재개를 앞뒀으나 실제 법정에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 허리디스크를 판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활한 재판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박근령 전 이사장의 활발한 행보가 예고된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전히 서울구치소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그는 지난달 18일 유영하 변호사의 면회를 끝으로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 선임된 국선변호인단의 접견 요청도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박근령 전 이사장은 “(형님이) 희망을 잃어버려 재판을 거부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문고리 3인방의 일원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까지 주요 혐의와 관련한 핵심 피고인들이 1심에서 대부분 실형을 선고 받았다. 자신 역시 유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게다가 대통령 재임시절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은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구치소 방문 조사까지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해 검찰 조사를 피할 수가 없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은 급격하게 나빠졌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MRI 촬영과 혈액검사를 받은 결과 허리디스크로 판정받았다. 지난 8월 병원을 찾았을 때만 해도 노화로 인한 허리 통증으로 봤으나, 이후 증세가 더 악화됐다. 이에 유영하 변호사가 사임계를 제출하기 직전 병원을 방문해 진료비를 대납하며 왕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외로운 사투가 길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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