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와 동진레저의 본사로 사용되고 있는 서울 서초구의 '블랙야크양재사옥'. <네이버 거리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한동안 침체 국면에 빠져있던 아웃도어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다. 일명 ‘평창 롱패딩’의 열풍에 힘입어 몇 년째 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했던 겨울 아웃도어 시장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산 아웃도어 브랜드인 블랙야크 역시 롱패딩 열풍 행렬에 동참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후 인기 ‘역주행’을 달리고 있는 보이그룹 ‘뉴이스트W’를 모델로 내세워 롱패딩 주요 고객층인 10대 청소년 공략에 나섰다. 연예인을 앞세운 마케팅 등에 힘입어 블랙야크의 롱패딩 제품은 순조롭게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상치 못한 호재를 만나 실적 반등의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블랙야크의 내부 분위기는 그리 썩 좋지만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둘러 해결해야 할 다른 고민거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의 모태가 된 ‘동진레저’의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10년간 공을 들여온 수입 브랜드까지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존립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 부채비율 1,894%… ‘빚더미’에 앉은 그룹의 모태

강태선 회장의 ‘블랙야크 신화’는 지금으로부터 4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 서울 종로 5가 한켠 2평짜리 매장에서 등산 장비를 판매하기 시작한 게 그 효시다. 당시 매장의 이름은 ‘동진’. 이후 사명은 한 차례의 변화를 거쳐 1992년 동진레저라는 종착역에 이르게 된다. 동진레저는 4년 뒤 블랙야크가 세상에 빛을 본 이후에도 아웃도어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며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그런 동진레저의 요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적자 폭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흑자 기업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재무건전성도 극도로 나빠지고 있다. 2010년 블랙야크와 인적분할 돼 6년이 흐른 지난해 동진레저의 부채비율은 무려 1,894%에 이르렀다. 보통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만 넘어도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위기는 블랙야크가 품을 떠난 직후부터 시작됐다. 블랙야크와 인적분할 돼 1년이 흐른 2011년 동진레저의 영업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2억과 9억이 감소했다. 이듬해 사정은 더욱 심각해 졌다. 주력 브랜드의 이탈에도 50억원대를 유지하던 영업익은 12억대로 곤두박질 쳤다. 덩달아 한해 40억원에 이르던 순이익도 한자리수 급감했다. 결국 2014년 영업손실을 기록한 동진레저는 3년째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 문 닫은 ‘카리모어’… 무너진 10년 공든 탑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56억원의 영업손실과 6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더 깊은 늪에 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뿐만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기간 단기차입금 등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동진레저는 ‘빚더미’에 앉은 상태다. 2010년 당시 118%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부채비율은 해마다 100~200% 가량 늘더니 지난해 2,000% 턱밑에 이르렀다.

업계에서 동진레저의 부진은 보유 중인 브랜드의 경쟁력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자체 개발한 ‘마운티아’와 영국 수입산인 ‘카리모어’를 운영 중에 있지만 이들 브랜드가 거품이 빠지고 있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녹록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주된 평가다. 실제 동진레저는 지난 9월, 10년 간 전개해 오던 카리모어의 국내 영업을 접기로 하면서 이 같은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본지는 동진레저의 현주소와 향후 개선 방안 등을 묻고자 수차례 블랙야크, 동진레저 관계자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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