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만 세월호 선체 앞에서 미수습자 5명(단원고 남현철·박영인 학생과 양승진 교사, 권재근·혁규 부자)의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신항만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다음날인 17일 해수부는 유골을 추가 발견했지만 이를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세월호 선체에서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뒤늦게 발견됐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가족을 가슴에 묻겠다”며 목포신항을 떠나겠다고 발표한 다음날이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이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지난 18일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르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도대체 왜, 해수부는 유골 발견 사실을 숨겼던 것일까.

세월호에서 유골이 발견된 것은 지난 17일. 해양수산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세월호에서 수거된 진흙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뼈 1점이 발견됐다. 국방부에서 파견된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사람의 뼈임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하지만 해수부는 이 같은 사실을 즉각 알리지 않았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에 통보하지 않은 것은 물론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다른 유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무려 닷새동안이나 숨겼다. 언론에서 관련 사실을 취재하자 오후 늦게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오전 국과수에 정밀분석을 의뢰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단독보도한 <경향신문>은 해수부의 행각을 ‘은폐’로 판단했다. “해수부가 추가 수색 여론이 형성되지 않도록 막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매체는 전했다. 바로 전날(16일) 세월호 미수습자(5명) 가족들이 목포신항을 떠나겠다고 발표한 마당에 유골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추가 수색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고, 이런 점을 우려해 해수부가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해수부가 세월호 유골 발견 사실을 은폐했다. 일각에서는 추가 수색 여론이 형성될 것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18일 오후 목포신항에서 치러진 세월호 미수습자 5명(단원고 남현철·박영인 학생과 양승진 교사, 권재근·혁규 부자)의 합동 추모식 모습. <뉴시스>

매체는 “미수습자 가족들은 뼈 한 조각이라도 찾으려고 3년이 넘도록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해수부가 유골 발견 사실을 은폐했다는 게 너무 황당하고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수색을 종료하려던 참에 유골이 발견돼서 추가 수색 여론이 형성될까봐 일부러 감춘 것은 아닌지 불순한 의도가 의심된다”는 정성욱 ‘416 세월호 피해자 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결국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 18일 오전 목포신항에서 영결식을 열고, 이어 오후엔 각각 서울과 안산에서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22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간부를 해임조치했다고 밝혔다. 해임된 간부는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김현태 부본부장이다. 이와 함께 은폐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뼛조각 하나라도 찾아 따뜻한 곳으로 보내주고 싶다”는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두 번 비수를 꽂았다는 비난이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후 관련 보고를 받고 분노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수습자 수습은 유족들만의 문제가 아닌 온 국민의 염원인데 이렇게 안일한 대응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해수부를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수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을 묻고 유가족과 국민들께 한점 의혹없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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