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영남지역 최대 유통업체 서원유통이 운영하는 탑마트가 포항지진 속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지진이 발생한 위험한 상황에서도 협력업체 직원들을 퇴근시키지 않고, 늦게까지 남아 청소를 시킨 것이다. 잇따른 갑질 논란이 이원길 서원유통 회장의 성공가도에 오명을 남게 됐다.
◇ 포항지진 후 협력업체 파견직원에게 매장 청소 시켜
논란에 휩싸인 곳은 탑마트 포항 우현점이다. 포항지진이 발생한 15일, 이 마트 역시 큰 피해를 입었다. 진열된 물건이 쏟아졌을 뿐 아니라, 옥상 물탱크 배수관이 파손돼 침수 및 정전 피해까지 이어졌다.
특히 다른 많은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마트 직원들 역시 큰 공포에 휩싸였다. 포항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가족들의 안위 등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탑마트로 파견 나온 협력업체 직원들은 난리통에서도 집에 갈 수 없었다. 탑마트 측이 내일 영업을 해야 한다며 늦은 밤까지 매장 청소를 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협력업체 직원들은 집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묵살당한 채 눈물을 삼키며 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포항 지역 내 다른 대형마트들은 지진 발생 직후 영업을 중단하고 대다수 직원들을 대피 및 퇴근시켰다. 이어 안전진단 등을 위해 수일 간 영업을 중단했다가 재개한 상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사회는 물론 노동계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마트산업노조 측은 지난 21일 “포항지진이 발생한 날, 탑마트에는 인간을 소중히 여긴다는 서원유통의 윤리경영도, 직원들의 인권도 없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항의서한도 보냈다.
서원유통은 이원길 회장이 1981년 창업한 곳으로, 영남 지역을 기반 삼아 슈퍼마켓 부문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엔 대형마트 부문 및 전국 단위로 한 단계 도약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포항지진 사태에서 드러난 안이한 인식과 갑질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서원유통은 지난 9월에도 갑질과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은 바 있다. 매장 리뉴얼 작업을 위해 1,990개 협력업체로부터 4,591명의 직원을 파견 받아 야간에 상품진열 업무를 시킨 것이 적발됐다. 서원유통은 5대 경영방침 중 첫 번째로 ‘정도경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그와 거리가 먼 모습이다.
마트산업노조 측은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원유통 측 관계자는 “지진 발생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다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향후 조치 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