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가 발매한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 스크린샷.< EA오리진>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EA(Electronix Arts)의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에서 촉발된 게임 내 도박성 논란이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랜덤박스(확률형 아이템)를 도박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제기됐지만, 이 같은 관심은 처음이다. 이는 스타워즈가 유명IP(지적재산권)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EA가 최근 선보인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는 출시 전부터 ‘랜덤박스’ 논란에 휩싸였다. 패키지를 구매해야 즐길 수 있는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랜덤박스 요소를 도입, 과금으로 최고 등급의 ‘에픽스타 카드’를 획득할 수 있게 했다는 점 때문이다.

유저들의 항의에 EA는 랜덤박스에서 에픽스타 카드를 제외시켰지만, ‘스킬 사용 시 받는 피해 60% 감소’ 등 게임 내 밸런스를 해치는 아이템으로 여전히 논란을 빚었다. 결국 EA는 지난 18일(현지시각) 게임 내 소액결제 시스템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게임 내 ‘랜덤박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EA뿐만 아니라 많은 게임사들이 이 같은 모델을 채용 중이며, 도박이냐 아니냐를 놓고 숱한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하지만 상황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벨기에 게임협회는 최근 랜덤박스의 도박성 여부를 놓고 조사에 착수했다. 아직 최종결론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코엔 긴스 벨기에 법무장관은 22일(현지시각) VTM NIEUWS와 인터뷰에서 “랜덤박스의 판매를 금지시키고, 유럽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선 정치인들이 나섰다. 크리스 리, 션 퀸란 하와이 하원의원들은 21일(현지시각) 게임 내 랜덤박스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제재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크리스 의원은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를 ‘스타워즈 테마의 온라인 카지노’로 비유하면서, “미성년자들이 도박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외 네덜란드, 영국 등도 랜덤박스 논란을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의 기반이 유명 IP(스타워즈)인 만큼, 대중적인 관심이 집중된 탓으로 해석된다. 즉, EA가 스타워즈로 게임업계 랜덤박스 규제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료 아이템은 유저와 적정선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너무 싸면 수익이 안 나고, 비싸면 유저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문제가 확산될 경우 국내 게임업체들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게임업체들은 랜덤박스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꽤 높기 때문이다.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3N사의 매출 대부분이 확률형 아이템으로 기록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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