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한국경제의 위험요인을 설명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저금리·부동산열기 속에서 몸집을 키웠던 한국의 가계부채는 이제 경제성장흐름과 민간주체의 소비를 위협할 수준까지 성장했다. 최근 2년간 연평균 129조원씩 증가했을 정도로 성장세도 가파르다.

◇ 증가세 유지된 와중 금리인상 암초 만난 가계부채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17년 3분기 국내 총 가계신용(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의 합)은 1,419조1,000억원이었다. 지난 2분기에 비해 31조2,000억원 증가하면서 1,400조원의 벽이 깨졌다. 이 중 1,341조2,000억원을 담당한 가계대출총액의 전기 대비 증가율은 2.1%로, 3분기 3.1%·4분기 3.4%를 기록했던 작년 하반기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견고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전체 가계대출의 약 53%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 등 제2금융권에서 소폭 감소했다. 은행 외 금융기관들이 리스크관리기준을 강화하는 등 가계대출 관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반면 예금은행에서는 대출규모가 오히려 늘어났다. 3분기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약 8조원으로 2분기 6조3,000억원보다 높았다.

점차 제 모습을 갖춰가는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계획은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2일(현지시각) 발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기준금리 재인상이 멀지 않았음을 강하게 시사했으며, 한국은행 또한 금리 인상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참석해 “경기회복세가 확인되면 기준금리를 인상을 고려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19일 공개된 금융통화위원회 녹취록에서는 일부 위원들이 국제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 국제경기와 적극적 재정운용정책이 민간소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기준금리 0.25% 인상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불붙은 부동산대출 열풍이 금리인상국면을 맞닥트릴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부담은 더욱 높아진다. 통계청이 작년 말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는 전체 부채의 13.8%를 소득 1·2분위가정이 점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상환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된 31만5,000가구의 평균부채는 약 2억9,000만원으로 타 소득계층보다 높다. 1,400조원의 가계대출액 중 100조원은 이미 상환불능 판정을 받았다.

◇ 종합대책 실효성 나타나려면 “아직 시간 필요”

지난 10월 24일 발표된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저금리기조 하에서 늘어난 주택매입수요를 가계부채가 급증한 주 원인으로 진단했다. 자연스레 대책도 부동산 투기수요를 잡는 방향으로 세워졌다. 다주택소유자의 주택매입을 제한하는데 방점을 뒀던 8.2부동산대책이 대표적이다. 다만 지난 3분기에도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증가한 것을 보면 현재까지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은 듯하다.

가계대출 구조를 분석한 금융위원회의 자료는 정책이 효과를 드러내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금융위원회의 월별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이미 승인이 완료된 중도금 대출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반면, 신규 입주물량이 줄어들면서 대출상환은 감소했다. 9월 한 달 4만500여건이었던 아파트 입주물량은 10월엔 3만4,600건(예상치)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8월 9만8,000건이었던 전국 주택매매거래의 경우 9월엔 9만7,000건, 10월엔 8만4,000건으로 감소했으며, 중도금 대출을 제외한 개별대출규모도 감소 중이었다.

가계부채위험을 해소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차주의 상환능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이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형평성 제고 등 전 경제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몇 년 몇 개월이 걸릴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정부부처 또한 ‘가계부채 종합대책’ 속에 소득분배를 OECD 평균 수준으로 제고하겠다고 밝히며 이 문제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겠다는 뜻을 담아냈다. 가계부채 관련지표가 가시적으로 개선되기까지 조금 더 인내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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