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가 자본적정성 관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롯데손보의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은 당국의 권고치 수준만을 겨우 맞추고 있다.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RBC 비율 급감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불안한 수준이다. 더욱이 내년부터 퇴직연금 리스크가 RBC 비율 산출식에 포함되는 점을 고려하면 RBC 비율 관리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 자본 확충에 분주한 롯데손보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오는 30일 총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10년물을 발행할 예정이다. 이는 2021년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해당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 평가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렇게 되면 보험부채가 늘어나 지급여력(RBC) 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RBC 비율은 모든 보험 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자본적정성 지표다. 금융감독원은 RBC 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100% 이하로 내려갈 경우 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롯데손보의 3분기 RBC 비율은 159.1%로 나타났다. 당국의 권고치를 웃돌고 있지만 업계 평균에는 못 미치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 손보사 RBC 비율 평균이 247.6%에 달한다. 이에 롯데손보는 지난해부터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하며 자본 확충을 꾀하고 있다.

이번 후순위사채 발행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후순위채가 발행되면 RBC 비율이 기존보다 약 21%포인트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렇게 비율이 올라가더라도 여전히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RBC 제도가 단계적으로 강화되고 있어 자본적성성 관리에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퇴직연금 리스크가 RBC 산출식에 포함되게 된 점은 걸림돌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보험업감독규정 일부개정규정안’을 통해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신용위험과 시장위험을 RBC비율 산출식에 새롭게 추가한다고 밝혔다. 업계 충격 완화를 위해 퇴직연금 리스크 비중을 ▲2018년 6월 35% ▲2019년 6월 70% ▲2020년 6월 100%로 순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롯데손보는 업계에선 퇴직연금 비중이 높은 곳 중에 하나다. 2008년 롯데그룹에 편입된 이후 계열사로부터 퇴직연금 물량을 지원받으며 자산을 키워왔다. 지난 9월 말 기준 퇴직연금 자산이 대다수인 롯데손보의 특별계정자산은 5조원에 달하며 이는 전체 자산의 43%수준이다.

◇ 퇴직 연금 리스크에 발목

이에 관련 리스크가 반영될 시, RBC 비율은 악화될 수 있다. 롯데손보는 최근 낸 증권보고서에서 이같은 리스크에 대해 설명했다. 롯데손보에 따르면 해당 규정이 도입될 시, 2018년 RBC 비율은 159.8%에서 136.7%로 23.1%p 하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즉, 이번에 후순위채 발행으로 RBC 올리더라도 다시 하락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이에 추가 자본 확충 작업이 필요할 실정이다. 이에 대해 롯데손보 관계자는 “추가 자본 조달 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대주주인 그룹에 손을 벌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손보는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주사(롯데지주) 체제로 전환되면서 산하 금융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처지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사는 금융 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다. 이에 롯데는 2년 안에 산하 금융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지주사 밖의 다른 계열사에 넘겨야 한다.

이에 롯데손보의 수장인 김현수 사장도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그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저조했던 실적 점차 끌어올리는 저력을 보여왔지만 부진한 재무건전성과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는 그의 연임에도 불확실성 요소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