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분리공시제도가 29일 국회 과방위에서 심의될 예정이었으나 진행되지 못했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생긴 탓이다. <삼성전자 홈페이지>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단말기 분리공시제’ 도입이 어째 첫발부터 불안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국회에서 처음으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생기면서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 제도 도입을 목표로 법제화에 나선다고 밝혔으나 제대로 시기를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단말기 분리공시제, 국회 입성 ‘연기’

‘단말기 분리공시제’가 다시 한 번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당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29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을 심의할 계획이었다. 단말기 분리공시제가 속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논의 마지막 순서에 속해 29일 오후 심의였다.

결론적으로 단말기 분리공시제는 이날 심의되지 못했다. 이날 과방위 심의는 오후 5시 가까이 돼 마무리 됐지만 분리공시제도는 언급되지 않았다. 통신비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지난 10일 출범하면서 단말기 분리공시제가 협의회 논의 의제로 채택됐다는 이유에서다. 과방위는 협의회에서 도출되는 결론을 바탕으로 다시 심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협의회 논의 결과는 과방위에 보고돼 단말기 분리공시제 도입을 위한 참고자료로 사용된다. 문제는 협의회에서 결론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는 점이다. 지난 24일 진행됐던 협의회 2차 회의에서 첫 공식 의제로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만큼 분리공시제 역시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협의회는 약 석달 동안 진행된다. 2월 초까지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단말기 분리공시제 도입 목표가 내년 상반기인 만큼 법제화 움직임이 지금부터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제화 움직임은 어떠한 것도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다.

◇ 단말기 분리공시제, ‘판매장려금’ 속할지 관건

단말기 분리공시제는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의 중장기 계획에 속한다. 통신사와 제조사의 지원금을 분리해 공개하는 제도다. 스마트폰 한 대당 통신사가 소비자에 지원하는 금액과 제조사가 지원하는 금액이 낱낱이 드러나게 된다. 분리공시제 도입에 대한 움직임은 2014년부터 일어났지만 제조사의 반발로 시행되지 못했다.

이번 움직임은 다시 법제화에 시동을 거는 셈이다. 2014년 당시와 달라진 점은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도 찬성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통신3사와 제조사 모두 찬성한 상황이기 때문에 도입 자체보다는 세부 내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효성 높은 제도로 개정해야 소비자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문제는 ‘판매장려금’이다. 판매장려금도 분리공시 기준에 속해야 실효성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은 공시지원금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통신사는 대리점과 판매점에 지급하는 상황이다. 통신3사 및 LG전자는 판매장려금 역시 제조사와 통신사를 분리해 공개하지 않으면 단말기 분리공시제도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태도가 문제로 제기됐다. 제도 도입 이후 제조사가 통신비 경감을 위해 나설지 미지수라는 의견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갤럭시노트8 출시간담회에서 “정부가 분리공시제를 시행한다면 삼성전자도 따르겠다”고 했지만 “다만 분리공시를 해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시대 흐름에는 따라가겠지만 완벽한 찬성은 아니라는 의미다.

우려되는 문제에 대한 세부 내용은 협의회에서 마련하게 된다. 다만 협의회 회의가 월 2회 개최되는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통신3사, 단말기 제조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협의회에 참여한 상황에서 의견을 하나로 도출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판단이다.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오늘 분리공시제 심의는 진행되지 않았다”며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결론이 나오기까지 일단 보류한다. 그들의 결과를 바탕으로 심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진행 상황이 느리다고 판단되면 추후 국회에서 먼저 심의를 진행할 가능성도 열어둔다. 아직 어떠한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오늘 그 외엔 모든 심의를 끝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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