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명칭이 18년 만에 변경될 전망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국가정보원의 명칭이 변경될 전망이다. 29일 국정원은 개정안을 통해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했다. 여기에는 국정원을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 국정원은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했다.

명칭 변경과 함께 ‘직무범위’도 축소된다. 특히 정치개입 논란을 부를 수 있는 ‘국내 보안정보’라는 용어를 직무범위에서 아예 삭제했다. 정보수집범위는 ▲국외 및 북한 ▲테러‧국제범죄 조직 ▲방위산업 침해 ▲경제안보 침해 등으로 명확히 한정했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국정원 댓글사건, 연예인 블랙리스트, 정치인 동향파악 등 국내정치 관여는 개정안에 따르면 불가능해진다. 

◇ ‘국내 보안정보’ 수집 제외, ‘대공수사권’도 이관

또한 국정원의 수사권도 타기관으로 이관될 전망이다. 국정원에는 ‘좌익사범’을 찾아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수 있는 ‘대공수사권’이 있었으나 개정안에는 이 같은 수사기능을 폐지했다. 반독재 투쟁 등을 탄압하는 용도로 악용됐던 측면이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가지고 있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체적으로 권한은 축소됐으나 ‘원’ 조직은 유지했다. 당초 ‘부’를 붙여서 국정원의 비대해진 조직을 원상복귀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문 대통령의 공약에 가깝게 가야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의 명칭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정보기관의 명칭과 기능은 정권의 성향과 남북관계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해왔다. 국내 정보기관의 뿌리로 올라가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중앙정보부가 있다. 정보수집의 필요성에 의해 1961년 군 특무대와 경찰 조직이 통합돼 창설됐다. 당시는 남북대결구도가 첨예해 중앙정보부에 권한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검찰과 경찰의 위상을 뛰어넘는 최대 사정기관으로 여겨졌다. 이 과정에서 야당 정치인, 학생운동 단체들을 ‘좌익’으로 낙인찍고 무자비한 탄압을 하는 등 역기능도 드러난 바 있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실권을 잡은 후 중앙정보부는 국가안전기획부로 이름을 한 차례 변경한다. ‘안기부’라는 명칭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까지 쭉 사용되다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름을 바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기존 안기부에 산업스파이 색출 등의 기능을 추가해 국가정보원으로 개편했다. 이번에 개편될 ‘대외안보정보원’은 정보기관의 4번째 이름으로 약 18년 만에 바뀌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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