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제도’가 첫 해부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출산율 저하 문제는 우리 사회가 가진 가장 심각하고 시급한 문제 중 하나다. 올해는 연간 출생아수가 40만 명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월간 출생아수가 전년대비 감소세를 보인 것은 22개월째다.

출산율 저하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지닌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또는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우기 좋은 사회가 돼야 자연스럽게 출산율도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 사회 각계각층이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 역시 중요한 한 축이다. 직원들이 출산과 육아에 부담을 갖지 않도록 많은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사회공헌 차원이 아니다. 20년, 30년 뒤에도 기업에서 일할 인재를 갖추기 위해선 기업 역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같은 측면에서 최근 롯데그룹이 실시한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는 좋은 효과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올해 전 계열사를 통틀어 남성 육아휴직자는 1,050명으로 집계됐다. 남은 기간까지 더하면 1,1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전망한 올해 국내 총 남성 육아휴직자 1만 명의 10%를 넘는 수치다.

지난해에는 롯데그룹 내 남성 육아휴직 신청자가 180여명에 그쳤다. 의무화 제도를 통해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남성 직원이 6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육아유직자 중 남성 직원이 차지하는 비율도 13%에서 45%로 높아졌다.

롯데그룹은 남성 직원도 1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였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휴직 첫 달 통상임금의 100%를 보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남성 육아휴직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롯데 대디스쿨’을 운영해 육아에 대한 이해를 돕고, 휴직기간 육아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도록 돕고 있다.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로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 신동빈 회장은 여성인재 육성에 특히 관심이 많다. 조직 내 다양성이 기업 문화 형성과 업무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소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많은 여성들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도 출산과 육아라는 큰 제약에 가로막혀 있다. 이를 직시한 신동빈 회장은 여성인재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방안을 수시로 주문했으며, 남성의 육아 참여가 워킹맘의 경력단절 예방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효과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 10월 남성육아휴직 복직자들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실시 전후의 인식변화를 조사한 결과 조직자긍심, 기업문화에 대한 인식, 동기부여 항목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육아휴직이 직원의 업무열의를 증진시키고 회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향상시킨 것이다.

또한 직장 내 양성평등에도 남성육아휴직이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 휴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육아휴직 사용의 장점으로 응답자의 54% 가 ‘배우자의 출산으로 육아의 어려움을 이해 할 수 있었다’는 항목을 선택했으며, 향후 육아휴직 적극 사용 여부에도 66%가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의 남성육아휴직은 의무화 제도를 통해 빠르게 정착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순기능이 개인 뿐 아니라 회사에도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정책을 통해 직장 내 양성평등을 실현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 활성화에 노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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