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순당이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국순당의 대표 제품인 백세주와 쌀막걸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전통 주류업체 국순당이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5년 ‘가짜 백수오 파동’을 겪으면서 꺾인 성장 날개가 좀처럼 펴지지 않고 있다. 의욕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 3년째 이어지는 영업적자 

국순당의 실적 부진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1년 1,277억원에 달하던 국순당의 매출은 2012년 1,187억원, 2013년 992억원, 2014년 919억원, 2015년 774억원, 2016년 697억원으로 매년 크게 줄어들고 있다. 2011년과 비교하면 작년 매출은 반토막 수준으로 낮아졌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502억3,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1% 줄었다.

2015년부터는 영업적자 행진까지 이어가고 있다. 2015년 ‘가짜 백수오 파동’ 여파로 주력 제품인 백세주의 자진 회수를 결정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후 적자의 늪에 빠졌다. 국순당은 2015년 82억원 손실을 낸 뒤 지난해 6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 규모는 13억7,500만원에 달했다. 전통주류 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든데다 주력인 백세주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부진이 계속됐다.

젊은 혈기로 무장한 오너 2세가 경영 전면에 등장한 뒤, 의욕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국순당은 배중호 대표의 장남인 배상민 상무를 2015년 말 영업총괄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이후 국순당은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지난해 바나나맛 막걸리인 ‘쌀 바나나’를 필두로 ‘쌀 복숭아’, ‘쌀 크림치즈’를 연이어 출시해 젊은층들의 입맛 공략에 나섰다. 또 올해에는 신제품 ‘막걸리카노’와 ‘짠’ 등을 출시했다. ‘막걸리카노’는 곱게 간 생쌀과 로스팅 원두 파우더로 7일간 발효해 빚은 신개념 막걸리다. 이 막걸리는 젊은층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맛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 젊은층 공략 노렸지만 성과 '글쎄'… 다시 중장년층 공략  

배중호 국순당 대표. <뉴시스>

이같은 신제품은 타깃층과 영업 채널이 한정된 탓에 유의미한 판매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를 보였다. 전통 주류는 중장년층을 주력 타깃으로 삼고 있다. 빠르게 소비 트렌드가 변하는 젊은층에게 공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순당은 다시 주력 타깃층 공략에 나섰다. 국순당이 지난 20일 야관문(식물명 ‘비수리’)을 발효시켜 만든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우리 고유의 춘주 담금법으로 빚은 약주로 45일간 저온 발효와 숙성을 통해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고 국순당은 밝혔다.

이에 대해 국순당 관계자는 야관문주를 출시한 배경에 대해 “주로 전통주나 저도주를 드시는 고객층이 중장년층”이라며 “우리 술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분들을 위한 제품이라고 봐달라”고 말했다. 이어 “앞서 출시한 제품과 달리 이번 제품은 폭넓은 영업 채널에 판매될 예정”이라며 판매율에 기대를 보냈다.

하지만 수년째 이어지는 부진에 투자 시장의 실망은 커져가고 있다. 연초 7,010원이던 국순당 주가는 30일 기준 12.6% 하락한 6,120원을 기록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투자 수혜에 대한 기대감을 보내는 투자자도 있지만 계속된 실적 부진은 국순당의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회사 오너인 배중호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배상면 국순당 창업주의 장남인 배 대표는 회사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경영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더구나 회사의 실적 부진에도 매년 10억원에 달하는 연봉과 고액의 배당 수익을 챙기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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