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비리의혹으로 물러난 가운데, 롯데그룹은 또 다시 정치권 비리사건에 연루되고 말았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달 16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물러났다. 과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지난 대선 땐 문재인 캠프에서 전략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전병헌 전 수석이 물러난 이유는 비리 의혹 때문이다. 자신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그의 전 보좌관들은 이미 구속 기소됐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최악의 상황은 피했으나,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고위인사의 첫 비리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 및 파장이 상당하다. 물론 사건이 벌어진 시점을 고려하면 정권차원의 비리로 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부담이 적은 것은 아니다. 특히 새 정부와 여당이 ‘적폐청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자승자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비리의혹의 파트너다. 전병헌 전 수석 측에 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 곳은 다름 아닌 롯데홈쇼핑이다. 롯데그룹이 또 다시 정치권과의 비리에 연루됐다.

◇ 굵직한 순간에 늘 ‘정경유착’ 있었던 롯데그룹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뒤 한국으로 건너온 것은 1960년대 후반이다. 특히 1970년대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재벌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이 과정에서 정치권과의 유착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특히 롯데껌에서 쇳가루가 검출된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불러 롯데호텔 건립을 맡겼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신, 당시 국가 차원에서 꼭 필요했던 최고급호텔을 건립하도록 한 것이다.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된 롯데호텔 건립과정은 온갖 특혜로 가득했다.

롯데그룹를 상징하는 잠실 롯데월드는 전두환-노태우 시대가 남긴 유산이었다. 잠실 롯데월드와 호텔, 백화점 등을 짓는 과정에서도 정권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사격이 있었다. 당시 정권은 국민적 관심을 돌리고, 업적을 쌓고,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고급 테마파크와 호텔, 백화점 등이 필요했다. 덕분에 롯데그룹은 금싸라기 같은 땅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다. 훗날 신격호 총괄회장 측이 전두환에게 50억원의 자금을 전달한 것이 확인됐다. 전형적인 정경유착형 비리사건이다.

이후 롯데그룹은 노무현 정권 들어 정치권과 연결된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청와대 행정관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었다. 다만,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 당시 해당 혐의는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 시절엔 롯데그룹이 최대 수혜자로 꼽힐 정도였다. 실제로 자산총액과 실적 등이 급상승했고, 이 과정에서 논란과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염원으로 알려진 롯데월드타워 건립 허가다.

최초의 탄핵대통령으로 남게 된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엔 삼성과 함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깊숙이 연루됐다. 많은 기업들이 연루됐지만 대부분 전경련의 모금에 참여한 수준이었고, 총수가 직접 기소된 곳은 삼성과 롯데뿐이다.

◇ 새 정부 1호 비리사건에 연루… 신동빈 회장 재판까지 ‘첩첩산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비리 혐의 관련 1심 판결은 오는 22일로 예정돼있다. <뉴시스>

이처럼 역대 대부분 정권에서 정치권과 연루된 비리 사건 및 의혹에 휩싸였던 롯데그룹은 문재인 정권의 첫 비리사건에도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다. ‘적폐청산’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여당은 최근 이명박 정권과 롯데그룹 사이의 비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의 경우 특혜적 성격이 워낙 짙어 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뉴 롯데’를 선포하고, 지주회사 전환 등 적극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겐 또 하나의 큰 악재다.

더욱이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 등 가족들과 함께 비리혐의로 기소돼 이달 22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에서 알 수 있듯 ‘재벌 봐주기 판결’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올해 많은 악재 속에서도 꿋꿋하게 발걸음을 내딛어왔던 신동빈 회장의 연말이 또 다시 짙은 어둠에 휩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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