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를 통해 한층 더 전면에 나서게 된 조현식 신임 총괄부회장(왼쪽)과 조현범 사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타이어그룹이 본격적인 3세 시대를 열어젖혔다. 조양래 회장의 두 아들이 한층 더 전면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풀어야할 숙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 1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단연 주목을 끈 것은 조현식·조현범 형제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 직함을 8년간 유지했던 장남 조현식은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동생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COO겸 한국타이어 각자 대표이사로 무게감을 더하게 됐다.

이로써 조현범 부회장은 승계 완료를 향한 마지막 계단에 서게 됐다. 그동안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던 서승화 부회장이 내년 3월 퇴임 예정인데, 그 자리를 조현범 부회장이 채운다. 조양래 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종 결정권자 자리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조현범 사장 역시 서승화 부회장이 떠나는 자리를 채운다. 서승화 부회장은 한국타이어 대표이사도 맡고 있었다. 조현범 사장은 이수일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로 올라서며 보폭을 넓히게 됐다.

◇ 여전히 수두룩한 ‘적폐’, 청산 없이 괜찮나

하지만 최종 승계 완료까지는 적잖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직업병 문제다. 2007년 공장 근로자들이 잇따라 숨지면서 촉발된 이 문제는 여전히 깨끗이 해결되지 못한 상태다. 2008년 이후에도 암 등에 걸려 숨진 근로자가 46명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지난달 협착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사고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조금이나마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가장 큰 화두였던 삼성 반도체공장 직업병 사태와 관련해 법원이 잇따라 산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은 것이다. 작업환경과 질병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사측의 책임이 크다는 판결이었다.

업종은 다르지만 한국타이어 공장을 둘러싼 논란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동안 적잖은 근로자들이 병에 걸리거나 죽었지만, 명확한 원인을 밝히긴 어려웠다. 어떤 유해물질을 사용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사용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 반도체공장도 마찬가지였는데, 대법원은 이를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인정했다.

특히 올해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천명한 바 있다. 이는 단순히 비정규직 문제 해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억울한 산재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 등도 담고 있다. 수십 년간 진실이 가려져왔던 직업병 문제가 이번만큼은 드러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승계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오너일가 3세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SI계열사 엠프론티어는 지난해 매출액 중 내부거래 비중이 80%를 넘어섰다. 최근 수년간 급속도로 성장한 비결이 바로 내부거래였다.

역시 오너일가 3세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신양관광개발은 아예 100%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올렸다. 엠케이테크놀로지도 조현식·조현범 형제가 지분을 보유 중이며,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한 곳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바와 완전히 어긋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이 부분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까진 5대 재벌 그룹에 초점이 맞춰져있지만, 향후 그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타이어그룹을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잘 알려진 대로 한국타이어그룹은 ‘MB 사돈’ 기업이다. 조현범 사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다. 여러 논란이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 씨가 한국타이어그룹에 입사한 과거도 있다.

최근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적폐청산’ 바람은 어느덧 이명박 전 대통령을 주시하고 있다.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중이다. 만약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된다면 정치적 문제 뿐 아니라 각종 비리까지 속속 드러날 수 있다. 한국타이어그룹 입장에선 썩 달가운 상황이 아니다.

한국타이어그룹의 숙제인 직업병 문제와 일감 몰아주기 및 편법승계 문제 등은 가장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적폐다. 이러한 것들을 말끔히 해결하지 않고, 정상적인 승계는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는 지난 1년의 시간을 통해 적폐를 끊지 못한 대가를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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