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그룹 계열사인 삼광글라스가 자회사인 SG개발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임대 및 관리업에 종사하고 있는 SG개발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율은 69%에 달했다. <삼광글라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대기업 조사를 전담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집단국이 12년 만에 부활한 가운데, OCI그룹 계열사인 삼광글라스에서 상당한 규모의 내부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삼광글라스의 자회사로 부동산 임대업에 종사하고 있는 SG개발은 한해 매출 절반 이상을 모기업 등 계열회사를 통해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창립 3년 만에 흑자기업… 비결은 ‘내부거래’

높은 내부거래 비중으로 도마에 오른 SG개발은 종합주방생활용품기업 삼광글라스의 5개 자회사 중 한 곳이다. 지난 2011년 10월 설립돼 이테크건설, 쿼츠테크, 군장에너지, SMG에너지와 함께 삼광글라스의 연결 자회사가 됐다. 최대주주는 모기업인 삼광글라스(45.16%)며 군장에너지(29.83%)와 이테크건설(24.56%)이 각각 2, 3대 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6주년을 맞은 SG개발이 삼광글라스의 자회사로서 제 역할을 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회사 설립 3년이 지난 2014년부터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2년과 2013년 관련 매출이 전혀 없던 SG개발은 2014년에 들어서야 45억원의 첫 매출을 달성했다.

수십억원의 매출이 발생하면서 SG개발은 단번에 삼광글라스의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설립 후 2년간 매출 ‘제로’ 상태에서 수백만원의 영업손실만 안겨주던 SG개발은 21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기는 흑자 기업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당시 SG개발의 첫 실적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건, 매출의 대부분이 외부에서 발생했다는 점 때문이다. 45억원의 연매출 가운데 계열회사와의 거래에서 창출된 몫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13억(29%)뿐이었다. 삼광글라스과 이테크건설의 건물유지관리 업무 등으로 각각 6억원과 7억원을 벌어 들였다.

SG개발의 흑자 기조는 계속됐다. 첫 매출이 발생한 이듬해인 2015년 SG개발의 매출규모는 전년 보다 8억 늘어난 53억원까지 상승했다. 매출원가 상승으로 인해 영업익은 소폭 하락한 19억원에 그쳤지만, 당기순손실 규모가 개선되고 있다는 건 고무적 일이었다. 10억원이던 당기순손실은 1년 만에 절반인 5억원으로 감소했다.

◇ 수의계약 거래 비중 83%→69%… 올해는?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SG개발의 2015년 실적을 높게 평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출 대부분이 계열회사의 일감을 통해 발생됐기 때문이다. 53억원의 연매출 중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의 수의계약에서 나온 매출은 44억원으로, 내부거래 비율은 무려 83%에 이르렀다. 거래 비중을 구체적으로 보면 이테크건설과의 거래 규모가 35억원, 삼광글라스와 9억원의 거래가 이뤄졌다.

당기순이익까지 흑자로 전환된 지난해, SG개발은 계속해서 높은 계열사 의존도를 보였다. 68억원의 연매출 가운데 47억(69%)가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 일감에서 나왔다. 올해 상황은 내년 초 발표될 감사보고서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지만, 사업 특성상 내부거래 비중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50%를 훌쩍 넘는 내부거래 비중에도 SG개발은 정부 당국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는다. SG개발의 지분 구성에 있어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 일가의 직접 보유분이 없어서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지분을 낮추는 방식(상장사 30%, 비상장사 20%)으로 법망을 피해가는 건 대기업들의 오랜 수법으로 여겨지고 있는 터라, 삼광글라스가 세간의 따가운 눈총까지 피할 수는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삼광글라스 측의 공식적인 해명과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관계자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