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조원 KAI 사장은 MRO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항공MRO사업을 통해 항공부품의 국산화, 항공산업의 발전, 특히 상당한 규모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KAI 제공>

[시사위크|경남 사천=정소현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여러 가지로 힘들었지만, 다 끝났습니다. 이제부터는 부활할 겁니다.”

김조원 KAI 사장의 표정과 말투엔 자신감이 넘쳤다. 검찰 수사로 인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충분히 극복했고 자신감도 회복해 가고 있다는 의미로 읽혔다.

이날(1일)로 취임한 지 한 달하고도 나흘이 됐다는 김 사장은 “제조업의 핵심 축이 바로 항공산업”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항공 분야는 첨단 제조업 기반인 산업입니다. KAI가 제작하는 항공기는 대부분 고급 인력의 첨단 기술을 집약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집니다. 수많은 고급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얘기입니다. 앞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첨단 제조업 기반인 항공우주 산업 분야에서 나와야 합니다.”

실제 KAI의 전체 인력 4,161명 중 개발과 생산에만 86%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 중 41%(887명)는 KAI에 입사한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항공사업이 커짐에 따라 일자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의미다.

김 사장은 이 같은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쓴소리도 쏟아냈다.

“항공산업은 미래 제조업을 이끌 첨단산업입니다. 하지만 자동차·항공과는 있어도 항공정책을 전담하는 과는 없습니다. 전담국이 있어도 모자랄 판에 항공산업을 전담하는 부서조차 없는 것이죠. 항공산업은 민간이 직접 산업을 일으키기는 어려워 정부의 지극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 사장은 내년 1월이면 KAI 경영상황이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자리잡은 군수사업을 바탕으로 항공정비사업(MRO), 한국형 전투기(KF-X), 민간항공기 사업 등을 미래먹거리로 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KAI는 이미 경상남도 사천에 항공MRO를 위한 부지를 준비하고 국토교통부의 사업자 선정 결과가 나길 기다리고 있다. 항공MRO란 항공기를 분해해 점검하고 수리하거나 개량하는 작업 등을 통틀어 말한다. 오는 2022년까지 총 7,000억원을 투입된다.

김 사장은 MRO사업을 항공산업의 기반으로 보고 있다. 외국에서 사오던 항공 부품을 국산화하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MRO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KAI가 항공MRO 사업자로 선정되면 당장 1,000여명, 장기적으로는 17만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항공MRO사업은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산업입니다. 항공MRO를 해야 우리 항공부품산업이 성장합니다. 그래야 항공산업이 제조업의 주축이 되고, 우리 아이들의 일자리가 됩니다. KAI 말고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기업이 없습니다.”

김조원 사장은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쓴소리도 쏟아냈다. < KAI 제공>

그는 MRO 사업의 수익성 지적에 대해 “당장 돈벌기 위한 사업은 아니지만, 수익성 확보를 위해 중국, 싱가포르로 빠져나가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MRO 수요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김 사장은 내년 미국 공군 차세대 고등훈련기(Advanced Pilot Training·이하 APT) 사업 수주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했다. APT 사업은 미 공군에서 향후 수십년간 사용할 훈련기 350여대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사업 수주 주체가 미국 록히드마틴이고, KAI는 고등훈련기 제작, 공급 MRO를 맡는 협력사다.

그는 “냉정하게 APT 수주계약은 록히드마틴이 추진하는 것이고 KAI는 협력업체”라며 “APT 사업은 수주 가능성이 0% 혹은 100%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최저가 입찰로 수주전이 진행되기 때문에 1센트만 높게 제시해도 실패하기 때문이다. KAI는 록히드마틴이 제안가를 낮게 내서 수주전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록히드마틴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APT사업 수주전을 위해선 금융당국 조사가 진행 중인 분식회계 오해를 푸는 것이 선결과제다. KAI는 회계 부정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발표를 앞두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미국 APT 계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김 사장은 “개인 일탈은 분명 있었지만, 그렇다고 회계 분식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과거 3개 회사가 모여서 만든 기업이다 보니 각각의 회계가 잘 정리가 안 된 부분이 있었고, 관행과 지식의 부족 때문에 이뤄진 오해라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원가나 매출을 속이지 않은 만큼 정부도 실수는 용인해주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며 회계기준 적용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그는 항공산업의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이는 최근 불거진 국산헬기 ‘수리온’ 성능 논란에 대한 오해와도 맥이 닿아 있다.

“KAI가 하는 일은 국내에서 모두 ‘처음’입니다. 수리온 헬기도 처음 하는 일입니다. 답이 없지만 그냥 가보는 겁니다. 그러니 실수투성일 수밖에 없죠. 딱 잘라서 ‘왜 이렇게 안되느냐’ 물으면 ‘잘못했다’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수투성이라는걸 조사기관, 언론, 정부기관이 이해하고, 우리도 끝없이 노력해야 하는데 그 소통이 부족한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할 일은 그런 소통의 장을 넓히고 장벽을 허무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의 후배들이 좀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이번 수리온 사태를 보면 얻은 교훈입니다. 그런 장벽을 허무는데 임기 동안 많은 시간을 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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