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감세안이 미 상원을 통과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법인세 인하가 미 상원을 통과했다. 현행 31%인 법인세율을 20%로 대폭 낮추는 것이 골자다. 31년 만의 가장 큰 규모의 감세조치라는 점에서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AP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원은 2일(현지시각) 법인세 감세안이 담긴 법률안을 가결시켰다. 찬성 51대 반대 49의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상원을 통과한 법률안은 하원이 통과시킨 법률과 양원협의회에서 한 차례 조율을 거쳐야 하지만, 큰 규모의 법인세 감세는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 법인세 감세로 ‘투자확대 및 기업활성화’ 기대

목적은 투자확대 및 기업유치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 기업에 세금을 덜 걷고 규제를 낮춰 일자리를 창출과 경기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동시에 보호무역 기조를 내세워, 자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는 자유무역으로 인해 쇠락해가던 러스트벨트 등 공업지대 노동자 계층의 지지로 표출됐고 당선까지 이어진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은 국내에서 문재인 정부의 ‘법인세 인상’ 정책의 비판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가 추세임에도 우리 정부만 증세를 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게 주요 논지다.

5일 관훈토론회에 나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규제를 풀고 세금을 낮춰가면서 기업들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는 거꾸로 기업을 옥죄면서 강성 귀족노조만 챙기고, 세금과 최저임금까지 급격하게 올리고 있으니, 이래서야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생길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 이명박 ‘기업 프랜들리’ 결과는 대기업 사내유보금 7배 증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관훈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홍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대선 당시 모든 후보들이 증세 필요성을 언급했을 때, 홍 대표는 홀로 감세를 통한 투자유치를 내세웠었다. 또한 노동시장 유연화와 규제철폐를 통한 해외진출기업들의 국내 유턴을 모색하겠다고 주장했었다.

이날도 홍 대표는 “삼성전자의 베트남 현지고용이 16만 명이고 한국 기업들의 고용은 총 70만 명”이라며 “국내에 청년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은 정부 정책 때문이다. 규제 풀고, 법인세 인하하는 등 기업 살리기는 하지 않고 공정위원장을 동원해 기업을 압박하고 옥죄고 기업을 죄악시하니 왜 한국에서 기업하겠나. 기업이 빠져나가니 일자리가 없다”고 했다.
 
다만 법인세 인하와 규제철폐 정책들이 기업의 투자로 이어진다는 전제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업은 이윤극대화 가능성에 따라 투자여부를 결정하지, 법인세 증감은 약간의 영향을 줄 뿐 주요 동인이 될 수 없다는 게 요지다. 민주당 경제통 최운열 의원은 “법인세를 낮추고 시장에 돈을 풀면 투자확대와 경기활성화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고속성장 시기에나 통하던 처방”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세 인하가 기업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이다. 노무현 정부 초중반 여야는 100조에 가까운 기업 사내유보금의 투자유도 방안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보수진영 인사들은 법인세 감세와 규제완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었다. 다음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이를 반영한 ‘줄푸세 정책’이 펼쳐졌다. 그러나 보수정부 9년을 거치면서 대기업 사내유보금은 약 700조원에 육박, 7배나 늘어나는 결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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