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국민의당의 행보를 두고 바른정당이 "매우 실망"이라며 반발하자 정치권 안팎에서 양당의 정책공조 실패를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에 대해 양당 관계자들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며 섣부른 정책공조 실패 가능성에 대해 경계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조찬세미나 '양당 연대·통합 의미와 전망 그리고 과제'에 참석한 국민의당 안철수(왼쪽),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정책연대 첫 실험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정책공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양당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공동법안 발의 등에서 공조를 정책연대 첫 실험대로 삼고 정책연대협의체까지 발족시켰다. 하지만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예산안 수정안을 두고 바른정당이 국민의당을 강하게 비판하자 “정책연대 첫 실험이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양당 내부에서는 "이제 첫 발을 뗀 정책공조인만큼 시간을 갖고 성공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대두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6일 “정책연대협의체 출발 이후 첫 시험대가 예산안이었다”면서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세금 지원 문제는 우리와 같은 입장이어서 정책연대를 통해 함께 바로잡자고 했으나 되질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국민의당이 보여준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란다”고 했다.

유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정치권에서 정치세력 간, 정당 간 신뢰는 일관성·언행일치에서 나온다. 신뢰가 있을 때 정치세력으로 미래개혁을 위해 나아갈 수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 결과를 두고 “우리가 주도해서 적절한 합의안을 도출해냈다”고 자평하면서 바른정당과 엇갈린 평가를 냈다. 김경진 원내대변인은 6일 논평을 내고 본회의에서 통과된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공무원 증원 규모,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에 대해 국민의당이 적절한 대안을 제시했고 큰 틀 범위 내에서 타협을 유도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 수습 나서는 국민의당

국민의당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예산안 공조에 아쉬움을 토로한 것에 대해 적극 수습에 나서는 분위기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산안은 어쩔 수 없었다. 밀실에서 막 그렇게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다 보니까…”라며 “유 대표를 만나 경황이 없어서 그렇게 됐다고 죄송하다고 했다”고 상황 수습에 나섰다.

이어진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이 예산안을 통과시켜줬다고 정부·여당의 잘못된 정책에 면죄부를 준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도 전날(5일) 유승민 대표가 국민의당에 배신감을 토로한 것에 대해 "국민의당도 공무원 증원에 반대했다. 그렇지만 또 이제 책임있는 정당으로서 시한을 최대한 빨리, 예산안 통과를 해야하는 고충이 있기에 나름 최선을 다해 적정한 수준에서 서로 합의를 이끌어내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중도통합 추진을 위한 원외위원장, 지역 당원 간담회도 계속 열어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여기에 일부 지역위원장들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 내부 여론 환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6일 현재까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찬성한다고 입장을 밝힌 일부 지역위원장은 대구·경북, 충북, 대전, 제주, 경기지역 등 6개 지역에 소속돼 있다.

이에 대해 유승민 대표는 6일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여전히 국민의당과 협력에 대해 앞으로도 진정성을 갖고 임하겠다”면서 정책공조 의지를 밝혔다.

바른정당 핵심 관계자도 6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책연대협의체가 이제 막 출범한 것”이라며 “함께 준비하기로 한 법안이나 정책 등에 있어 합의점이 도출되고 결과가 도출되기 전까지 실패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안철수·유승민 양당 대표는 7일 국민의당·바른정당 정책연대 의원모임인 국민통합포럼 토론회에 참석한다. 이날 토론회 주제는 ‘양당 정책연대의 과제와 발전방안’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