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5촌 살인 사건’에 관한 의혹 제기로 박지만 EG 회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긴 싸움이었다. 이른바 ‘박근혜 5촌 살인 사건’으로 촉발된 박지만 EG회장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 5년여 만에 끝이 났다. 대법원은 7일 피고인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일부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진실에 부합하거나 진실로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피고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에 대한 의혹 제기가 ‘합리적 의심’이라는 얘기다.

◇ 5촌 살인 사건 배후설과 ‘합리적 의심’

결국 박지만 회장만 곤혹스러워졌다. 주진우 기자와 김어준 총수의 무죄 판결로 의심의 정황이 더욱 짙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두 사람은 기사와 방송에서 ‘박근혜 5촌 살인 사건’과 관련 박지만 회장이 배후에 있거나 연루돼 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도리어 “의혹 제기가 납득할 만한 것인지 아니면 무리한 논리 구성으로 외면 받을 만한 지는 독자나 청취자의 판단 몫으로 남겨져 있다”는 게 재판부의 지적이다.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건은 2011년 9월6일 발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 조카 박용철 씨가 북한산 등산로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같은 날 인근에서 또 다른 5촌 조카 박용수 씨도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에선 두 사람이 금전 문제로 다투다 박용수 씨가 박용철 씨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많았다. 박용철 씨의 사망 전 언행이 그 일례다. 그는 신동욱 공화당 총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계획이었다. 박지만 회장의 청부살인 지시를 증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갑작스레 박용철 씨가 사망하면서 신동욱 총재에게 불리한 재판이 됐다. 때문에 당시 신동욱 총재도 ‘박근혜 5촌 살인 사건’의 배후로 박지만 회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앞서 박지만 회장과 그의 누나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육영재단 소유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여기에 박근령 전 이사장의 약혼자였던 신동욱 총재가 전면에 나서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던 터다. 정황상 박지만 회장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신동욱 총재는 “돌이켜보면 형제들이 방패막이로 활용된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피해자 박용철 씨의 유족이 “진범을 찾아 달라”며 고발장을 냈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주진우 기자는 “살해 현장에 제3의 목격자가 있었다”고 주장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뉴시스>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박용철 씨의 유족이 “진범을 찾아 달라”며 재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친족 간에 일어난 단순 살인사건이나 자살사건이 아니”라는 것.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을 당시 신변의 위험을 고려해 침묵을 지켜오다 정권이 바뀐 뒤 용기를 냈다. 현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조사 중이다. 해당 사건에 대한 의혹 제기로 재판을 받아온 주진우 기자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는 “박용철 씨 살해 현장에 제3의 목격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합리적 의심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주진우 기자는 “범행 현장에 제3자가 있었다는 증거는 당시에도 많았으나 경찰이 수사를 안 하고 덮었다”면서 “의혹 보도를 했더니 경찰은 살인사건을 수사하지 않고 나를 수사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고 밝혔다. 경찰로선 체면이 구겨진 셈. 자칫 적폐로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사건 수사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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