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민주주의 사회 정당과 의회의 의미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서울 노원병은 내년에 치러질 재보선 지역구 중 가장 뜨거운 곳으로 꼽힌다. 중앙정치의 여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지역구라는 점에서,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중간 성적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선거연대 등 정계개편 이슈도 맞물릴 가능성이 커 향후 정치판도의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노원병 선거구의 특색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라고 요약할 수 있다. 과거 선거결과를 살펴보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 홍정욱 후보가 당선됐고, 19대에서는 노회찬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와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를 상대로 승리했다. 노회찬 후보의 의원직 상실로 치러진 19대 재보선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무소속으로 배지를 달았고, 이어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간판으로 지역구 사수에 성공한 바 있다.

◇ 문재인 정부 ‘중간 성적표’이자 안희정 ‘대권’ 바로미터

지역사정에 정통한 민주당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노원병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풀뿌리 조직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각자 발전해온 지역이다. 여기에 안철수 대표가 국회의원으로 지내는 동안 키워놓은 국민의당 세력도 결코 약하지 않다. 두 번의 지역구 당선을 이뤄냈던 정의당 세력의 아성도 남아있고, 이준석 바른정당 당협위원장을 중심으로 한국당에서 갈라져 나온 조직도 나름 자리를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의 전국 지지율이 높은 것은 맞지만, 나머지 야당들도 도전장을 내밀어 볼 수 있는 토양이라는 얘기다.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주요 정치인들이 노원병과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다는 점도 관심을 끄는 요인 중 하나다. 먼저 재보선 출마가 예상되는 김성환 현 노원구청장은 안희정계 인사로 분류된다. 안철수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역구라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고, 출마의사가 분명한 이준석 위원장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측근으로 통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국민통합포럼 세미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따라서 노원병 재보선은 차기 대권주자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얼마 전 안희정 지사가 노원구청에서 강연을 한 것을 두고 ‘김성환 구청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안희정 지사의 노원병 출마를 점치기도 했으나, ‘후방지원일 뿐’이라는 게 지역정가의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당권과 대권을 노린다면 우군 한 명 한 명이 소중할 수밖에 없는데, 자기 사람이 닦아놓은 지역구를 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 안철수-유승민 선거연대 핵심 지역구

대리전의 핵심변수는 국민의당-바른정당 선거연대다. 안 대표는 양당이 통합했을 경우, 그 시너지 효과로 자유한국당 지지율을 넘어설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바른정당도 통합논의에 긍정적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전 최소한 양당의 정책연대와 선거연대까지는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연대가 이뤄질 경우 그 효과는 노원병 재보선에서 극대화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20대 총선 노원병에서 안 대표는 52%, 이준석 위원장은 32%를 각각 득표했었다. 두 사람의 득표율을 합치면 84%에 달한다. 민주당 강세와 새누리당 분당으로 인한 이탈표를 최소화한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나아가 노원병에서의 경쟁력이 확인될 경우, 전국적인 바람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이와 관련 이준석 바른정당 당협위원장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양당의 통합 혹은 선거연대가 이뤄진다면 시험대는 노원병이 될 것이고 그 상징성도 크다”며 “노원병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선다면 전국적인 선거연대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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