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와 도시바의 협의가 진행됨에 따라 SK하이닉스에 돌아갈 실익이 적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메모리 사업 매각 건으로 대립각을 펼치던 도시바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화해 모드로 돌아섰다. 다만 WD는 협상과정에서 도시바에게 SK하이닉스의 경영 및 생산참여에 대한 제한을 요구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의 스기모토 유우지 대표의 발언을 인용, “WD와 도시바는 합의서의 미세부분을 조정 중”이라며 “결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도했다.

베인캐피탈은 도시바 메모리 사업(TMC)을 인수키로 한 ‘한미일 연합’의 주축이다. 현재 도시바와 함께 WD와의 화해협상을 진행 중이다. 도시바와 협력관계인 WD는 앞서 TMC 매각에 반발, 매각금지 소송 등을 제기한 바 있다.

산케이신문은 이에 대해 대략적인 합의내용을 도출했고, 조만간 최종합의에 따라 소송취하 등 도시바의 경영정상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WD는 협상과정에서 인수세력에 참여한 SK하이닉스가 TMC의 경영 및 생산에 관여하는 것을 우려했고, 도시바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기모토 사장은 “(베인캐피탈이 보유하는 주식을) SK하이닉스 등 업계가 아니라 시장에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TMC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SK하이닉스로선 달갑지 않은 소식으로 보인다. 한미일 연합에 참여한 SK하이닉스는 인수대금의 5분의 1에 달하는 3,950억엔(약 4조원)을 부담할 예정이다. 그 중 1,290억엔은 전환사채 형식으로 투자키로 했다.

이후 10년간 TMC의 기밀정보에 접근할 수 없고 의결권 지분도 15% 이하로 제한한 내용이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익’ 논란이 일었다.

이에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 개념으로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선은 금융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추후 사업협력 등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WD가 마지막까지 견제에 나섬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실익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경쟁사를 살려주는 꼴 밖에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업계의 한 관계자는 “WD의 견제가 새삼스럽진 않다”며 “(SK하이닉스의 도시바 투자에 대한 실익 여부는) 좀 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