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오른쪽) 대표, 김동철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39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한나라당이 제기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100억원 비자금 의혹’ 제보자가 현 국민의당 소속 박주원 최고위원이었다는 언론보도로 국민의당이 발칵 뒤집혔다. ‘DJ 비자금 의혹’이 허위사실로 종결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에 대한 특혜의혹 제보를 조작한 이유미·이준서 씨에 이어 ‘친안철수계’ 인사들이 잇따라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안철수 대표도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8일 익명의 사정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명박 정부 출범 초 불거진 DJ 비자금 의혹 사건의 제보자가 박주원 최고위원이었다고 보도했다. 박 최고위원이 주성영 전 의원에게 관련 서류를 제공했고 주 전 의원이 이를 바탕으로 폭로했다는 것이다. 당시 DJ 측에서는 허위사실로 주 전 의원을 고소했고 대법원은 벌금 300만원 형을 확정했다.

박주원 최고위원은 큰 범주에서 ‘친안계’로 분류된다. 2006년에 한나라당 소속으로 안산시장에 당선됐고 재임시절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가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풀려났다. 이후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대표가 창당한 새정치연합 경기도당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합당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이 됐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는 새정연을 탈당한 박주선 의원이 추진 중이던 신당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신당은 국민의당과 합당했고 박 최고위원은 국민의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국민의당은 창당 과정에서 ‘동교동계’ 인사들을 상당수 흡수한 당이다. 정대철·권노갑 고문과 ‘동교동계 막내’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이 대표적이다. DJ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발탁됐던 박주선 의원과 ‘DJ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알려져 있는 최경환 의원도 있다. 때문에 이들은 박 최고위원의 의혹에 대한 적극적 대처를 주문했다.

박주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 족적을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당이다. (박 최고위원이) 당에 들어오기 전 행동이라고 할지라도 한나라당과 야합해 업적을 폄하하고 부정부패 범죄인으로 낙인찍는 행위를 했다면, 김 전 대통령 본인에게 치명적 명예훼손”이라며 “본인에게 진상규명의 기회를 주고 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요청하는 적극적인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이날 YTN 전화 인터뷰에서 “정당으로서는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며 “이것은 갈등의 문제가 아니고 국민의당 존폐의 문제다. 이런 적폐에 가담했던 사람이 우리 국민의당에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통렬한 반성과 대국민사과가 있었다면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숨겨오다가 사정당국에 의해 밝혀졌다면 책임지고 정리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박 최고위원의 최고위원직을 박탈하고 당원권을 정지시키기로 했다.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제보조작’으로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박 최고위원의 사건까지 터지면서 안철수 대표의 인사 영입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당이 개입한 것도 아니고 국민의당 입당 전 있었던 일이지만 이런 일이 터지면 당 전체가 타격을 받는 것이 사실”이라며 “문재인 정부에만 인사검증을 따질 게 아니라 우리부터 인사검증을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안 대표와 가까운 한 국민의당 의원은 <시사위크>에 “안 대표가 영입한 인재들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 본인이 영입을 해왔으면 가끔씩 전화도 하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 관리를 해야 되는데 그런 걸 잘 안 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 직후 박 최고위원과 직접 통화하며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본인이 직접 사실관계를 밝히라”라고 했다고 한다. 박 최고위원은 오후 7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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