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가 지난 1일 발표한 상생안이 일부 점주들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편의점 CU가 최근 상생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산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신뢰의 징표란 믿음 아래 내놓은 상생안이 점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어서다. ‘날치기’, ‘졸속’ 등 마치 정치권에서나 볼법한 표현들까지 등장하며 본사를 거칠게 비난하고 있다. 신뢰가 되레 불신을 불러온 모습이다.

◇ “신뢰 공고히 했다”는 박재구 사장의 착각

지난 1일 편의점 업계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매장 수 기준 1위 CU에서 장장 4개월 가량 깜깜무소식이던 상생안이 마침내 마련된 것이다. 지난 7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직후 GS25가 점주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라이벌 CU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지나친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나오던 찰나였다.

4개월 만에 빛을 보게 된 상생안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가맹점에 ‘주기별 관리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연간 800~9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또 ‘차세대 POS’ 도입 등점포 운영 시스템 개선에 5년간 총 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대략 5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셈인데, 이는 앞서 상생안을 내놓은 GS25보다 1,500억원 많은 금액이다 보니 일각에선 ‘업계 최고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CU 스스로도 만족한 듯 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박재구 사장은 “CU가맹점주협의회와 머리를 맞댄 지난 4개월의 시간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며칠 뒤 박 사장의 이 같은 믿음은 산산히 깨지고 만다. 심사숙고 끝에 마련했다는 상생안은 신뢰가 아닌 불신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일부 점주들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하며 이번 상생안의 문제점을 거세게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해진 소식을 종합해 보면 CU 상생안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협의가 이뤄진 ‘과정’과 그 ‘내용’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겉보기에 가맹점주협의회와 협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본사와 협상 테이블에 앉은 건 극소수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한 매체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어 “본사 요청에 따라 점주 대표단 9명 중 3명만 참석했고 이들은 ‘기밀유지 서약서’를 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날치기 협약’ 의혹에 이어 상생안 내용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본사가 제시한 상생안의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상이 신규점포, 1년 미만 매장, 24시간 운영 매장으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재 외부에 공개된 CU의 ‘상생협약에 따른 신청‧동의서’를 보면 상생안은 ‘24시간 운영점’으로 대상을 못 밖아 두고 있다. 또 지원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기별 관리 프로그램’도 초기 안정화 차원에서 개점 1년 이내 점포가 대상자다.

◇ 4개월 늦고도… 경쟁사보다 못한 지원책

특히 점주들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전기료가 논란거리다. 본사가 24시간 운영점에만 전기료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점주들의 불만이 높다. 이번 상생안 지원대상에서 큰 혜택을 보지 못하는 점주들 사이에서는 “본사가 24시간 점포로 변경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는다”는 식의 의혹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CU가 지원을 약속한 전기료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원 규모가 절반에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CU는 가맹수수료율 만큼 전기료를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는데, 편의점 업계 가맹수수료는 대략 30~35%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GS25의 경우 이미 모든 점포를 대상으로 50%의 전기료를 부담해 왔다. GS25는 여기서 더 나아가 지난 7월 상생안 마련 이후 24시간 점포에 대해서는 100% 지원 해주기로 했다.

한편 본지는 상생안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에 대해 CU본사 측에 많은 내용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담당자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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