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애월항 2단계 사업을 맡고 있는 SK건설이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해당 공사의 사업자로 선정돼 수의계약을 맺은 SK건설컨소시엄에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선거유세를 도왔던 특정 인사가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의계약이 사실상 보은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 애월항 2단계 개발사업 조감도./사진=제주도청

국비 113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인 제주 애월항 2단계 개발 사업은 정부의 제9차 장기천연가스 수급계획에 의거해 제주도와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2009년 7월 21일 ‘제주 지역 LNG 공급에 따른 업무 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업무 협약 내용을 살펴보면 제주도는 태풍 등 기상 악화 시에도 월파(越波)가 허용되지 않는 구조로 방파제 등 항만 외곽 시설을 시공하고, 가스공사는 외곽 시설 내항 쪽에 LNG 저장 시설, LNG 선박 접안 시설 등 LNG 기지를 건설하게 돼 있다.

즉, 해당 사업은 제주도가 추진하는 항만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시행 할 LNG 인수기지 공사로 구분된다. 당초 이 사업은 애월항과 LNG 인수기지를 동시에 착공해 오는 2017년부터는 제주도에 LPG를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지난 2월 22일 SK건설 컨소시엄(SK건설 70%, 한양종합건설 10%, 일호종합건설 10%, 원하종합건설 10%)과 747억원 규모의 항만 공사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제주도가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절차를 무시한 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약 계약서 상 '한국가스공사 이사회에서 LNG 기지 건설이 의결되지 않거나 지질조사 결과 LNG 기지 입지로 부적합 판정이 나면 업무 협약서의 효력은 상실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에 대한 한국가스공사의 검토 결과 2017년을 훌쩍 넘은 2019년 7월쯤에나 완공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궁지에 몰리게 된 제주도는 '한국가스공사로부터 LNG 인수기지 접안시설 및 부지조성 사업을 위탁받아 병행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제주 LNG 인수기지 조성사업은 총사업비 2,579억원 규모로, 부지매립과 접안시설을 포함해 2만5,000㎘ 규모의 LNG 저장탱크 2기 등을 건설하게 되는데 도는 이 가운데 총사업비 290여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지매립과 접안시설 공사를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위탁받아 기존 애월항 2단계 개발공사를 진행 중인 SK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을 통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LNG인수기지 완공시기를 19개월 앞당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사비도 32억원 정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도의 판단이다.

SK건설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 대목에서다.

도의 방침대로 SK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지역 업체 참여비율은 20%에 그치는 반면, 경쟁 입찰로 추진할 경우 지역 업체 참여비율은 최대 49%까지 높아지기 때문이다. 
 
타 업체들은 300억원에 이르는 대형 공사를 수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셈이다. 특혜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같은 소식에 지역건설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역 건설업계는 SK건설컨소시엄 측에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선거유세를 도왔던 특정 인사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수의계약이 사실상 '보은 특혜'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이 같은 의혹은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 15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은 “특정 건설사에 대형공사 일감을 몰아주며 선거 보은 논란이 있는데, 지사는 이에 대해 적극 해명해야 한다”고 우 지사를 추궁한 바 있다.

이와 대해 도 관계자는 “2017년에서 늦어도 2018년까지 도민들에게 LNG를 공급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2017년부터 LNG 공급을 시작할 경우 도민들의 에너지 비용이 연간 233억원 가량 절감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특혜 의혹이 일고 있지만 분리 발주를 할 경우 공사기간 단축은 물론 예산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며 “도민들의 편익을 위해선 기존 컨소시엄인 SK건설 측에 일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SK건설 관계자는 "특혜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SK건설 관계자는 "현재 경쟁입찰을 통해 최저가 낙찰을 받아 항만공사를 진행중"이라면서 "컨소시엄에 우근민 지사의 선거를 도왔던 사람이 있다던데, 우리는 알지도 못하는 얘기다. 특혜의혹은 말도 안돼는 소리"라며 잘라 말했다.

이어 "추가 공사 부분에 대해선 발주처인 제주도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이에 대해 우리가 입장표명을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발주처인 제주도로부터 수의계약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들은 바가 없다"고 전했다.

제주도의 불도저식 사업 추진에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닌지 지역 건설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1,000억원이 넘는 일감을 받게 된 SK건설만 미소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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