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이 ‘김생민의 영수증’에 출연해 영수증을 공개했다. < KBS 2TV ‘김생민의 영수증’>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장항준 감독이 ‘김생민의 영수증’을 통해 남다른 후배 사랑을 드러냈다. 공개한 영수증 속 본인을 위한 지출은 단 두 건일 뿐, 거의 대부분의 소비가 후배들을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장 감독의 후배 사랑에 김생민도 차마 “스튜핏”을 외치지 못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KBS 2TV ‘김생민의 영수증’에서는 영화감독 장항준이 ‘출장 영수증’ 의뢰인으로 등장했다. 장 감독은 거침없는 입담으로 안방극장에 웃음을 안긴 것은 물론, 후배들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날 방송에서 MC 김생민과 송은이, 김숙은 장 감독의 개인 작업실을 방문했다. 장 감독은 먼저 서울예술대학교 후배인 김생민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렇게 예의 바르고 착한 후배가 없었다”라며 “개그맨이 돼서도 많이 응원했는데 ‘생민이가 왜 저렇게 못하지’ 싶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번에 진짜 잘 되는 걸 보면서 국민에게 ‘할 수 있다’라는 큰 메시지를 줬다”고 덧붙였다. 이를 듣던 김생민은 “저도 형의 작품을 보면서 ‘왜 이렇게 작품을 못하지?’라고 생각했었다”라고 받아쳐 장 감독을 당황스럽게 했다.

이어 장 감독은 출장 영수증에 의뢰인으로 나선 이유를 공개했다. 그는 “어려운 시절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다”라며 “나도 잘 되면 후배들에게 갚아줘야겠다고 생각해서 사고 있는데 카드값이 너무 많이 나온다”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장 감독은 “지금보다 훨씬 적게 쓰는데 추앙은 여전히 받는, 그런 소비가 필요한 것 같다”라고 고백해 웃음을 안겼다.

장 감독의 고민과 함께 영수증을 통한 소비 패턴 분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MC들의 예상보다 장 감독은 알뜰했다. 첫 지출은 편의점에서 구매한 칫솔. 장 감독은 “사실 하루에 한 번씩만 양치를 했었는데 이제는 두 번 닦는다”라며 “나이가 드니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어제보다 0.1% 나은 나”라고 다소 엉뚱한 칫솔 구매 이후를 밝혔다. 김생민은 “노후대책 때문에 절실함이 있다면 칫솔은 영화 촬영 가서 모텔 같은 곳에서 주무실 때 칫솔을 많이 챙겨와라”라고 소비요정다운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장항준 감독이 ‘김생민의 영수증’에 출연해 영수증을 공개했다. < KBS 2TV ‘김생민의 영수증’>

장 감독의 알뜰함은 속옷 구매에서도 드러났다. 15년 동안 입었던 속옷들을 버리고 노브랜드 팬티 5장을 1만원에 구매한 것. 이에 김생민도 “나보다 윗길이다. 슈퍼 그뤠잇”을 외쳤다. 그러나 다음 소비 목록에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장 감독은 회식비는 물론 후배들의 귀가 택시비까지 모두 부담하고 있었다. 장 감독은 “궁핍했던 신혼 시절 제일 기쁜 날이 5,000원을 들고나가서 7,000원을 갖고 들어왔을 때였다. 누가 나한테 택시비를 준 거다”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그 기분을 알기 때문에 기왕이면 넉넉하게 챙겨준 것”이라고 덧붙이며 남다른 후배 사랑을 드러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장 감독은 함께 일한 스태프들의 축의금으로 100만원 씩 부담했고, 해외여행을 가보지 못한 후배들을 위해 직접 숙소와 식비 등의 경비를 부담하는 등 통 큰 배포를 보였다. 특히 장 감독은 “기꺼이 청춘을 쏟아서 나와 함께 해준 시간들이 정말 고맙다. 진짜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그래서 이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라고 진심을 전해 훈훈함을 안겼다. 장 감독의 진심에 김생민도 쉽게 “스튜핏”을 외치지 못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 굉장히 힘들게 살 거다”라고 경고해 장항준을 당황스럽게 했다.

이어 김생민은 “회식을 좋아하고 술 쏘는 것을 좋아하는 감독님. 주범은 술이다. 이번부터 모든 술을 담가서 마셔라”라고 장 감독을 향한 맞춤 솔루션을 제시했다. 또 김생민은 “영화처럼 장인 정신이 우러나오는 술에 소주를 붓고 또 붓고 또 부어 계속 우러나게 해서 저비용 고효율 소비를 해라”라며 “후배들에게 직접 담근 술로 대접하면 추앙은 덤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자신을 위한 소비는 칫솔 한 개와 팬티 5장, 그리고 병원비뿐이었다. 모든 회식비와 후배들의 택시비로 어마어마한 지출을 한 다음날 장 감독은 “미쳤었구나”라고 후회한다고 했다. 그러나 곧 “그래도 아이들 정말 좋았겠다”라고 생각한다며 미소 짓는 그의 모습이 주말 아침 안방극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그의 후배 사랑만큼은 “슈퍼 그뤠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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