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가 연기력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 MBC 월화드라마 ‘투깝스’ 캡처>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혜리 연기 때문에 도저히 드라마를 못 보겠어요.” ‘투깝스’ 게시판에 올라온 한 시청자의 게시글이다. 주인공 연기력 때문에 드라마를 못 보겠다니 이 정도면 민폐 아닌가. 걸스데이 멤버 혜리가 ‘믿고 보는’ 배우 조정석과 호흡을 맞추며 사회부 기자로 돌아왔지만 부정확한 발음과 어색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혜리는 지난 11월 27일 첫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투깝스’(연출 오현종|극본 변상순)에서 악바리 사회부 기자 송지안 역을 맡았다. 상대역은 조정석이다. 조정석은 tvN ‘오 나의 귀신님’, SBS ‘질투의 화신’ 등에서 잇따라 성공을 거두며 연기력뿐만 아니라 작품 고르는 안목까지 입증,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런 그의 선택이었기에 ‘투깝스’를 향한 많은 관심과 기대가 모아졌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혜리의 연기력 논란이 불거졌다. 조정석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깝스’를 기다린 시청자들은 혜리의 어이없는 연기력에 실망했다. 사회부 기자로 분한 혜리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특유의 애교 섞인 목소리 톤과 부정확한 발성, 발음은 언론사 입사 시험에 어떻게 합격했을지 의문이 들게 할 정도다. 게다가 그런 혜리가 자신의 취재 아이템을 가로챈 동료 기자에게 “발음 새서 난리인 거 너만 몰랐냐? 볼펜 물고 ‘아야어여’부터 다시 해라. 볼펜 빌려 주냐?”라고 쏘아붙이는 장면에서의 민망함은 고스란히 시청자의 몫이었다.

혜리의 연기력은 상대 배우와 대사를 주고받을 때 더욱 심각하게 드러난다. 대사마다 다른 톤과 표정 연기를 통해 인물의 감정 상태가 읽히는 조정석과 달리 혜리는 초지일관 같은 모습이다. 도무지 감정을 읽을 수가 없다. 억울한 상황으로 인해 직장 상사에게 따지는 장면, 조정석을 걱정하는 모습, 위험에 처한 상황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변화라고는 목소리 크기일 뿐이다.

조정석과의 ‘케미’도 터지지 않았다. 앞서 박보영, 공효진 등 호흡을 맞춘 여배우와 환상의 ‘케미’를 자랑했던 그였지만 혜리와는 그 ‘포텐’이 터지지 않고 있다. 14살이라는 나이 차이에서 오는 외적인 부분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하드 캐리’ 하는 조정석의 감정 선을 받아주지 못하는 혜리가 더 큰 문제인 듯하다. 납치당한 혜리를 구하기 위해 달려온 조정석은 걱정과 안도감이 섞인 듯 애틋한 눈빛을 보내지만 혜리는 여전히 딱딱하기만 하다. 분명 대사는 그를 걱정하고 있고, 애정이 담겨있지만 혜리가 연기하는 송지안의 표정과 말투에서는 그러한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앞서 혜리는 tvN ‘응답하라 1988’에서 성덕선을 만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당시 설움 많은 둘째 딸의 억울한 감정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해내며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이후 SBS ‘딴따라’를 통해 바로 공중파 주인공 자리를 꿰찼지만 “성덕선을 벗어나지 못했다”라는 혹평을 들으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1년 만에 안방극장에 다시 돌아온 혜리는 여전히 발전도, 변화도 없었다.

조치가 필요하다. 연기자로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자신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주연 자리를 욕심내지 말고 작은 역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며 연기 내공을 쌓아야 한다. 단역이라도 따기 위해 수많은 연기자 지망생들이 셀 수 없이 많은 오디션을 거치고 있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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