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기세가 매섭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손흥민의 기세가 매섭다. 14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EPL 경기에서 또 다시 골을 기록했다. EPL과 챔피언스리그를 합쳐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손흥민이다.

주목할 점은 골의 순도다. 연속골의 출발점이었던 왓포드와의 경기에선 전반 13분 실점을 허용한 뒤 약 10분여 만에 만회골을 넣었다. 비록 팀은 무승부에 그쳤으나 최악의 상황은 막아준 손흥민의 골이었다.

이어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난 아포엘은 상대적으로 약체였다. 이 경기에서 손흥민은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이 빠진 가운데 핵심선수로서 팀을 이끌었다. 특히 감각적인 슈팅은 손흥민의 진가를 알 수 있게 했다.

스토크시티와의 경기에선 전반 21분에 선제 득점이 된 상대 자책골을 이끌어 냈다. 이어 후반 8분엔 직접 추가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활약으로 승기를 잡은 토트넘은 순식간에 3골을 더 기록하며 5대1 완승을 거뒀다.

브라이튼과의 경기에서 토트넘은 전반 40분 세르지 오리에의 득점으로 앞서나갔지만 좀처럼 추가골이 나오지 않았다. 자칫 ‘극장 경기’ 시나리오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안정적으로 승점 3점을 가져다 준 이는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42분 영리한 헤딩 득점으로 포체티노 감독을 안심하게 했다.

이처럼 손흥민은 단순히 골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승리를 가져오는 주역으로 활약했다. 만약 손흥민의 활약이 없었다면 토트넘은 더 적은 승점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의 기량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는 점은 무척 반갑다. 다만, 국가대표팀은 숙제를 풀기 위한 고민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바로 손흥민 활용법이다.

손흥민은 반박할 수 없는 국가대표팀 에이스다.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모인 EPL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축구는 개인스포츠가 아니다. 11명이 한 팀이 돼 싸운다. 손흥민은 그 중 1명일뿐이다.

토트넘엔 손흥민 외에도 세계적인 수비수와 미드필더, 공격수가 많다. 특히 해리 케인, 델리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은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선수들이다. 이들과 우리 대표팀 자원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으면 자유롭게 펄펄 나는 손흥민이 국가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토트넘에서의 손흥민은 막아야할 여러 위험요소 중 하나지만, 국가대표팀의 손흥민은 막아야할 가장 큰 위험요소다. 상대의 견제는 훨씬 심하고, 손흥민을 도와줄 동료는 다소 부족하며, 본인 스스로 느낄 부담감은 더욱 크다.

더욱이 우리가 월드컵에서 만날 상대는 모두 우리보다 한 수 위다. 그들 입장에선 ‘손흥민만 봉쇄하면 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대표팀 만의 손흥민 활용법을 서둘러 정립할 필요가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득점력이 좋은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해 한방을 노린다든지, 상대 수비가 집중될 손흥민을 미끼로 삼아 제2, 제3의 공격수가 배후를 노린다든지 등이다.

우리에겐 좋은 사례가 있다. 바로 박지성이다. 박지성은 전성기를 보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했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에서는 좀 더 주도적으로 공격을 이끌며 한 차원 높은 수준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맨유에서와는 달리 드리블이나 슈팅에 더 적극적이었다. 특히 그의 존재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많은 영감과 동기부여를 제공했다.

이 같은 숙제는 손흥민 역시 함께 풀어야할 문제다. 에이스가 짊어져야할 숙명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손흥민이 국가대표팀에서 또 한 번 진화에 성공한다면, 그는 지금의 단계를 뛰어넘는 선수로 인정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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