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크리스 폴(오른쪽).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축구계가 맨체스터 시티의 16연승에 경악하고 있다면 농구인들은 휴스턴 로켓츠의 13연승에 열광하고 있다. 24승 4패라는 기록으로 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는 휴스턴은 마치 ‘농구란 이런 것이다’라고 외치는 듯 맞상대들보다 두 단계 높은 경기력을 구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어느덧 리그 13년차를 맞은 베테랑 포인트가드 크리스 폴, 일명 'CP3'가 있다.

8대1 트레이드를 통해 이번 시즌부터 휴스턴의 유니폼을 입은 폴은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뛰었던 첫 경기부터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 비록 득점은 4점에 그쳤지만 어시스트 10개를 기록하는 동안 실책은 단 하나에 그쳤을 정도로 경기운영이 안정적이었다.

데뷔전 이후 한 달 간 휴식을 취했던 폴은 부상에서 돌아온 지금, 폭발력과 안정성을 함께 갖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다섯 경기 연속 20득점 이상을 기록했을 정도로 득점력에 불이 붙었으며 휴스턴 슈터들도 폴의 패스만 받으면 주저 없이 3점 슛을 던지는 중이다. 크리스 폴이 복귀한 포틀랜드 전(11월 17일, 한국시각)부터 연승이 이어졌으니 휴스턴 로켓츠는 이번 시즌 크리스 폴이 뛴 1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셈이다.

16일과 17일(한국시각) 연달아 열린 샌안토니오‧밀워키와의 연전은 당초 휴스턴의 연승이 끊길 적기로 평가됐다. 전통적으로 마이크 댄토니와 휴스턴 로켓츠에게 강한 면모를 보인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물론, NBA의 ‘라이징 스타’ 야니스 아테토쿰보를 내세운 밀워키 벅스도 만만찮은 상대기 때문이다. 반면 휴스턴은 수비 로테이션의 핵심인 루크 음바아무테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샌안토니오는 ‘뉴 휴스턴’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주포 제임스 하든이 3점 슛 11개를 던져 단 두 개만 성공시키는 야투 난조에 시달렸음에도 2쿼터 한 때 20점차까지 게임이 벌어졌다. 하든 한 명에게 공격을 의존하던 작년의 휴스턴이었다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이날 폴은 미들 슛‧3점 슛‧픽 앤 롤 게임‧드리블 돌파 등 183센티미터짜리 가드가 구사할 수 있는 모든 공격옵션을 선보이며 스퍼스 수비진을 농락했다. 스틸 일곱 개는 덤이었다.

바로 다음 날 열린 밀워키 전에선 해결사의 면모가 드러났다. 전반전에서 단 2득점에 그쳤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폴은 시소게임을 벌이던 3쿼터 중반, 3연속 3점포를 터트리며 점수 차를 벌렸다. 이어 추격당하던 4쿼터 말에는 미드레인지 게임으로만 4점을 만들어내며 승부를 매조지었다. 제임스 하든과의 수비 스위치·타릭 블랙의 스크린을 거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오른쪽 45도 지역에서 던진 점퍼가 두 차례나 깨끗하게 림을 갈랐다. 수세에 몰린 밀워키는 파울 작전을 통해 공격권을 가져오려 했지만 폴은 침착하게 자유투를 성공시키며 역전의 가능성을 없앴다.

어시스트 랭킹과 PER 순위 등의 NBA 선수지표에서는 아직까지 폴의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다. 결장이 많아 누적기록 측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휴스턴 로켓츠의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PER과 어시스트 순위에서, NBA 퍼스트팀 후보군에서, 어쩌면 MVP 레이스에서 크리스 폴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동안 스테판 커리·카이리 어빙과 같은 쟁쟁한 후배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내줬던 폴은 다시 NBA의 중심에 서기 위해 도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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