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김현수가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복귀하게 됐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프로야구 FA시장에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대어급’ 김현수가 행선지를 결정했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떠나 한국으로, 그것도 프로데뷔 이후 내내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잠실로 돌아온다.

하지만 더 이상 두산 베어스 유니폼은 아니다. 한 지붕 라이벌 LG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김현수라는 선수의 존재감과 LG와 두산의 관계 등 무척 흥미로운 FA계약이 발생했다.

김현수의 실력은 이미 입증되고도 남았다. 어느 팀에 가더라도 중추적인 역할을 꾸준히 수행해줄 수 있는 검증된 선수다. 그런 김현수를 원하지 않을 팀은 없었고, 국내 복귀설이 돌자 많은 팀들이 달려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현수는 ‘대어급’ 중 가장 늦게 사인하게 됐다. 예상보다 그를 향한 관심이나 경쟁이 그렇게 치열한 것도 아니었다.

여기엔 나름의 배경이 있다. 우선 김현수를 노리는 팀이 적었다. 넥센 히어로즈는 팀 스타일상 김현수 영입과 거리가 멀었고, 박병호 복귀라는 더 큰 호재가 있었다. 한화 이글스는 일찌감치 FA시장 퇴장을 선언했었다. 챔피언 기아 타이거즈는 양현종과의 계약 등 내부단속과 연봉협상이 더 급했다. 염경엽 단장의 SK 와이번스도 김현수 영입엔 큰 관심이 없었다.

때문에 김현수의 행선지는 원 소속팀 두산 복귀가 가장 유력한 가운데, LG,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 등으로 압축됐다. 하지만 삼성은 강민호 영입에 베팅했고, 강민호를 잃은 롯데는 손아섭을 잡은데 이어 민병헌을 데려왔다. kt는 보다 시급한 내야보강을 위해 황재균을 영입한 뒤 발을 뺐다. 남은 것은 두산과 LG, 두 잠실 구단이었다.

두산은 한결 여유로우면서도 고민이 있었다. 여유의 이유는 화수분이었고, 고민의 이유는 팬심이었다. 김현수가 돌아온다면 물론 좋겠지만, 이미 그의 공백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는 두산이기 때문이다. 팀 전력과 비용만을 생각하면, 두산이 민병헌이나 김현수 영입에 무리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프랜차이즈 선수의 유출이다. 김현수는 두산 입단 이후 팀의 핵심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라이벌 LG 유니폼을 입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팬은 없다. 또한 이는 상대팀들의 전력강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두산에게도 썩 좋지 않은 일이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민병헌은 물론 김현수도 다시 품지 못했다. 또 한 명의 ‘두산 레전드’가 될 수 있었던 선수들의 이적이다.

LG 입장에서는 김현수의 맹활약이 무척이나 필요하다. LG는 이번 가을, 가장 발 빠르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양상문 전 감독을 단장으로 올리고 류중일 감독을 선임했으며, 일부 베테랑 선수들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팬들의 원성 등 잡음도 컸던 게 사실이다.

만약 김현수가 예전의 위상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LG에겐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된다. 반면, 김현수가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젊은 선수들을 이끈다면 LG를 향한 비난여론은 다소간 잠잠해질 수 있다.

두산 소속 선수가 FA계약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것은 김현수가 두 번째다. 2006년 투수 박명환 이후 11년 만에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다. 과연 김현수의 이적은 두산과 LG, 더 나아가 프로야구 역사에 어떤 스토리를 남기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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