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의 잇따른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올해 프로야구 FA시장은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어급’으로 평가된 선수들은 100억원 안팎의 잭팟을 터뜨린 반면, 짧은 기간·적은 금액에 사인하거나 아예 진척조차 없는 선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한화 이글스 이용규는 무척 영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이용규는 올해 두 번째 FA자격을 취득했다. 하지만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올 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좋은 활약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이용규의 결정은 여러모로 합리적인 모험이었다. 우선 FA시장에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았다. 손아섭, 민병헌, 김현수 등이 나란히 생애 첫 FA자격을 취득했다. 때문에 이용규 입장에선 FA시장에 나섰다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우려가 있었다. 한화가 지갑을 닫는 쪽으로 기조를 바꿨다는 점도 이러한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분명히 ‘모험’이었다. 만약 내년에도 예전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부상에 시달릴 경우, 선수생명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생각하면, FA자격을 얻었을 때 최소 2~3년이라도 안정적으로 선수생명을 보장받는 것이 나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용규는 FA권리를 포기한데 이어 또 한 번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연봉계약에서 종전의 9억원에서 5억원 깎인 4억원에 사인한 것이다.

물론 이용규의 연봉은 4년 전 FA계약을 통해 결정된 것으로, 지금과 비교하면 다소 과한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연봉은 프로선수의 자존심이자 존재감의 바로미터다. FA권리까지 포기한 마당에 역대 최고 수준의 삭감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었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연봉삭감율이자, 금액으로만 치면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이용규는 의연한 입장을 밝혔다. 내년에 좋은 활약을 펼치고 당당히 다시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야구에만 집중하기 위해 일찌감치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여기에도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이용규가 만약 올해 FA계약으로 팀을 옮겼다면, 그를 영입한 팀은 2년 치 연봉 18억원과 보상선수 1명 또는 3년 치 연봉 27억원을 한화에게 건넸어야 했다.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반면, 만약 내년 시즌 이후 FA를 통해 이적할 경우 이용규에 대한 보상규모는 2년 치 연봉 8억원과 보상선수 1명 또는 3년 치 연봉 12억원으로 뚝 떨어진다.

이처럼 이용규 입장에선 부진했던 올해 FA권리를 행사하는 것보단, 내년에 모험을 걸어보는 것이 좀 더 좋을 수 있는 상황이다. 비교적 경쟁자도 적고, FA이적에 따른 부담도 낮췄다.

뿐만 아니다. 만약 재기에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먹튀’라는 오명은 피하게 됐다. 이는 이용규의 은퇴 후 행보를 더욱 가볍게 해줄 전망이다. 특히 이용규는 아내 유하나의 존재 등 은퇴 후 방송활동의 여지가 열려있는 선수다.

관건은 내년 성적이다. 이용규의 연이은 선택은 신의 한 수로 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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